기술사무노조,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회사측에 올해 1월 2차 공문 보내
SK하이닉스, "제도 보완돼야…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것"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SK하이닉스에서 기술사무직을 대상으로 ‘셀프 디자인’(Self Design)이라는 새로운 인사평가를 도입하기 위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제도가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이에 대한 직원들의 동의도 강요하고 있다는 정황이 흘러나오고 있어 논란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SK)하이닉스에서 진행되는 강압적인 연봉조정 싸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5일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SK하이닉스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 작성자는 최근 셀프 디자인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과나 승진에 대한 기준을 조직별로 정한다고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임원들의 막강한 권력을 몰아주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연봉체계는 기준급과 업적급으로 이뤄졌고, 이 업적급이 일종의 상여금 개념으로 평고과(B)를 받을 경우 기본급의 800%가 고정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사무직의 연봉은 기준급, 업적급으로 구성된다. 기준급은 기본급, 시간 외 수당이며, 업적급은 기준급을 12로 나눈 후 업적급 적용률(기본 800%)을 곱한 값이다.

하지만 그는 셀프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임원이 기준급 상승률·업적급 퍼센티지·성과급 비율 등을 광범위하게 조정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B고과를 받아도 업적급을 800% 미만으로 받을 수도 있다는 것.

이어 “중요한 것은 본인이 받은 비율에 대해 왜 그렇게 조정을 받았는지 사전에 협의·공유·질문 등이 일절 없다”고 지적했다. 또 “HR(인사부)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임금의 하향으로 보일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로계약 수정은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는다’라는 지침에 따라 반 강제적으로 동의하게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그 방법으로 담당 임원들이 촬영한 설명회 영상을 강제로 보게 하고, 영상이 끝나고 나온 동의서에 싸인을 하게 한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문제는 이 싸인을 강제로 하게 만든다”며 “각 팀장들을 통해 싸인 안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한다”고 밝혔다. 이 상황에서는 싸인을 안하고 싶어도 상사에게 찍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게 현재 SK하이닉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라며 “노조요? 사무직에게는 힘이 없다”고 폭로했다.

이 게시글 댓글에도 “최근 사내 게시판과 블라인드에서 계속 이슈되자 갑자기 설명회를 개최해(PS나 eva+같은 것은 설명도 없음) 당일 설명 후 당일 동의 요구 중이다”라며 동의했다.

(사진=블라인드 게시판 캡쳐)
(사진=블라인드 게시판 캡쳐)

셀프 디자인은 이미 지난 2018년 도입된 제도다. SK하이닉스가 3년 만에 기술사무직원의 동의를 구하고 나선 배경은 노조 설립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018년 9월 민주노총 산하 SK하이닉스 기술사무노조가 출범하면서 SK하이닉스에서 기술사무직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급여 체계를 변경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기술사무노조는 지난해 1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측에 1차 공문을 보내 ‘업적급 삭감’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구했으며, 올해 1월에도 2차 공문을 보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셀프 디자인은 상대평가의 폐단을 없애려고 만들어진 인사평가제도다”라며 “그간 절대평가로 유연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직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런 요구로 지난 2018년 첫 검토 및 파일럿이 들어갔고, 지난해 초에 전사적으로 시행했다. 직원들의 평가를 후히 줄 수 있어서 결과치는 좋았다. 전체 인건비가 변한 것도 아니고, 일부 주장처럼 업적급을 기본급의 800% 미만으로 받은 케이스는 많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는 아직 보완돼야 한다. 지난해 도입 후 일 년이 지나서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조직별로 알아서 설명회를 하고 그에 맞게 온라인으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으면 서명을 안하면 된다. 절대 강요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절차에 따라 기술사무노조의 2차 공문에 입장을 나타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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