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준법감시제도, 양형 반영 부적절"...형량은 절반으로 깎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이다. 삼성이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다시 맞으면서 재계는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도 같은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무죄 판결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르기로 한다"며 "이 부회장 등의 승마지원 70억5200여만원에 영재센터 16억2800만원, 합계 86억8000여만원의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은닉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중 삼성은 새로 강화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면서 "기업 총수에 대한 재판에서 총수가 자신도 대상이 되는 준법감시제도를 실효적 운영한다는 건 형법상 양형조건의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함은 분명하다"면서도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앞으로 새로운 행동에 대해 선제적 감시활동까지는 못하는 점, 준법감시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 협약 체결 외 회사에서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이런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에 대해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총 86억여원이란 점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0억원 이상 횡령 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선고돼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따라 삼성은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뉴 삼성'을 구체화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에서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크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대형 M&A는 물론,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위축도 불가피해져 향후 삼성이 글로벌 투자나 M&A를 추진할 때 대외신인도 평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 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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