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인도 노선, 인천發 경쟁 없는 독점체제 열려

[증권경제신문=노지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합병의 최종 문턱인 기업결합 심사가 본격화되면서 통합항공사의 독과점 논란이 국내 항공산업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기업 결합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해당 기업 결합 건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이번 결합심사는 국내 양대 항공사의 통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 및 재정적 파탄상태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대한 예외사유(회생불가 예외) 적용 가능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원칙적으로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

우선 통합항공사가 될 경우 글로벌 10위권 초대형항공사로 도약할 것으로 보이는데 2019년 말 기준으로 평가시 국제여객 수송으로는 10위로 도약하고 국제 화물 수송량으로는 3위로 뛰어올라, 페덱스와 캐세이퍼시픽 등을 넘어선다.

표면적으로 양대 항공사 통합에 따른 시너지로 노선 운영 합리화, 정비 자재 공동구매, 아시아나항공 외주정비비 내재화 등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재편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이면에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700억 대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내놓을 만큼 명운을 건 경영권 방어의 승부수로도 점쳐지고 있다.

중요한 건 양대 항공사의 합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 ‘코로나19’ 속 ‘아름다운 동행’이 될지, 국내 항공산업 독점에 따라 시장전체의 막강한 지배력을 활용해 운임비 상승의 발판을 마련할 지 여부다.

일단 이번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대한항공은 대형 항공사 2개(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저비용 항공사 3개(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소유함으로써 국내 최대 항공산업 기업집단으로 군림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될 경우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익과 성과는 특정 재벌에게 집중되고 노동자에게는 구조조정, 국민에게는 항공 서비스 악화로 그 피해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미-유럽노선 등 점유율 최대 70%↑, 경쟁 없는 독점체제

19일 <증권경제신문>이 2018년과 2019년 최근 2년간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 말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로 50%를 넘지는 않지만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할 시 점유율은 62.5%까지 치솟는다.

상황은 국제선으로 갈수록 노선 점유 비중으로 더 늘어난다. 우선 대한항공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일본 노선에 각각 19.77%, 19.6%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이 14.95%, 15.3%를 기록해 양대 항공사가 각각 34.72%(2018년), 34.90%(2019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통합에 따라 지배구조에 있는 저비용항공사인(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까지 합산할 경우 2018년 5개 항공사의 점유율은 60.23%까지 치솟았고, 2019년에도 점유율은 57.3%까지 치솟았다.

중국노선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을 합산할 시 2018년 46.17%, 2019년 42.5%에 기록했는데 여기에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점유율까지 더하면 각각 49.05%, 45.7%로 50%에 근접하게 된다. 또 동남아 노선은 5개 항공사를 합산할 경우 44.93%(2018년), 42.9%(2019년)에 달했다.

문제는 ‘마의 5시간’(5시간 비행 이내 노선)을 넘어서는 중장거리 노선부터 점유율은 최대 90%까지 치솟는 등 경쟁 체제가 사라진다. 인도 노선인 델리, 카투만두, 뭄바이, 콜롬보 경우 지난 2018년 대한항공이 58.53%, 2019년 74.05%를 기록했다. 역시 같은 해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5.66%, 16.2%를 기록해 합산할 경우 84.19%(2018년), 90.7%(2019년)까지 점유율이 치솟게 된다.

또 이렇게 북미 노선 역시 70%까지 점유율이 오르고,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을 제외한 유럽 노선의 점유율도 59%, 대양주 노선도 50%까지 근접해 아시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선에서 5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해 독점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으로 30년간 대한항공의 독점 노선에서 빗장이 풀렸던 인천~울란바토르도 다시 독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배분 받을 당시까지 양국 각 1개의 항공사만이 운항 가능했던 1991년 한국-몽골 항공협정에 따라 소위 ‘독점노선’으로 유지해 온 바 있다.

실제 인천-울란바타르 간 항공권 가격은 성수기에 최대 100만원 이상으로 치솟는 등 비행시간(약 3시간 30분)이 유사한 다른 노선에 비해 운임이 최고 2배 이상 높게 형성돼 수십 년간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몽골 노선 뿐 아니라 양사가 경쟁 체제였던 유럽과 북미, 대양주 인기노선(직항기준)인 호주(시드니), 독일(프랑크푸르트), 프랑스(파리), 스페인(바로셀로나), 영국(런던), 이탈리아(로마), 호놀루루,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뉴욕(이하 미국), 이스탄불(터키), 타쉬켄트(우즈백) 등 노선이 독점 체제로 돌입한다.

일단 당국은 독점노선으로 과도한 운임을 받거나 하는 등 경쟁이 결여된 시장 형태가 이어질 경우 운수권 배분 등을 통해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를 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동남, 동북아시아권 이른바 ‘마의 5시간’ 노선을 제외하면 국내 LCC항공사에는 유럽과 북미, 대양주까지 날아갈 중장거리 비행기가 없다.

다시 말해 통합항공사(FSC)와 경쟁해야 할 국내 LCC항공사들은 중단거리에 해당하는 보잉 738이나 에어버스 32X 시리즈만 보유하고 있어 ‘마의 5시간’을 넘지 못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즉, 이들 항공기들은 한번 급유로 6시간을 비행하지 못하는 취약점이 있어 이들에게 ‘운수권 배분’은 보고도 먹지 못하는 ‘견이불식(見而不食)’에 불과하다.

또, 세계 10위권 규모의 대형항공사 탄생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양사의 부실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는 12조 838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308.71%에 육박한다. 여기에 누적 당기순손실이 6238억원에 달할 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특히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 7979억원으로 대한항공 단기 부채와 합치면 무려 10조원에 추정돼 자칫 빚더미에 눌려 아름답지 않은 ‘잘못된 만남’이 될 우려도 있어 공정위의 고심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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