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로열티, 1000억대 주식까지 합의금…미국서 '완승'
대웅제약, "합의 동의 안해"…ITC 오류 잡을 기회 사라져 유감

메디톡스 대웅제약 본사 전경 (사진=각사 제공)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본사 전경 (사진=각사 제공)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해외 독점판매권을 가진 에볼루스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메디톡스, 엘러간(현 애브비)과 미국 ITC 최종결정에 대한 합의를 진행함에 따라 남아있는 국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2일 메디톡스는 ITC의 최종판결에 따른 에볼루스, 메디톡스, 엘러간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합의계약의 주요 내용은 에볼루스가 엘러간과 메디톡스에게 합의금과 함께 향후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메디톡스에 에볼루스 보통주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에볼루스는 보통주 676만2652주를 주당 0.00001달러로 메디톡스에 발행,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주식 16.7%를 약 취득하게 됐으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메디톡스가 주당 0.00001달러, 총 67.62달러(약 7만5000원)에 취득한 에볼루스 주식은 계약일 당시 약 535억원 규모였으나 계약 후 주가가 71.65% 급등하며 19일(현지시간) 종가기준 약 9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또한 합의금(라이선스 수수료 선불금)은 에볼루스가 2년간 분할해 3500만달러(약 390억원)을 엘러간과 메디톡스에게 배분해 지급하게 된다.

로열티의 경우 구체적인 요율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21개월 동안은 매출의 두 자릿수의 로열티가 엘러간과 메디톡스 모두에게 제공되며, 그 이후에는 메디톡스에게만 지급된다.

이처럼 이번 합의가 메디톡스 측에 전적으로 유리하게 이뤄진 만큼 미국에서 만큼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싸움에서 메디톡스가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볼루스 측에서 로열티를 제외하고 합의금과 주식만으로도 약 1000억원이 넘는 배상액을 물어주며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게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메디톡스는 이번 합의가 메디톡스와 엘러간, 그리고 에볼루스에 의해서만 이뤄졌을 뿐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한국과 타 국가에서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법적 권리 및 지위, 조사나 소송 절차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에볼루스와의 합의를 어느쪽에서 먼저 제안했는지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며 “국내 재판은 ITC 결과가 나온 이상 급물살을 탈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와 국내 재판을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며 “에볼루스와 합의가 유리하게 진행된 것은 맞지만 그 부분에 대해 에볼루스가 대웅제약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 미국 ITC 최종판결 이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 절차를 밟으며 적극적인 대응의사를 밝혀온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의 합의에 있어 사전에 동의한 바 없으며, 에볼루스의 이번 결정에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대웅제약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신속절차로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승소를 확신하고 있기에 굳이 애브비, 메디톡스와 합의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가 합의에 응한 것은 ITC의 주보(나보타 수출명)에 대한 21개월 수입 금지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회사의 영업활동 중단을 피하기 위해 전적으로 경영상 판단에 의거해서 내려진 결정으로 판단된다”며 “ITC의 21개월 수입금지에 대한 긴급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고 항소가 진행됨에 따라 애브비와 메디톡스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소송 국면이 조성됐다고 판단해 다급하게 에볼루스와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ITC 결정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어지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 내 사업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고 나보타 판매 재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민·형사 재판에서 승소할 것임을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로 인해 실추된 K-bio의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앞장서고, 또한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의약품을 제공해 국민 편익을 향상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2일 오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양사 모두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개장 직후 상한가로 직행, 오전 11시 12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30.00%(4만5600원) 오른 19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같은 시간 대웅제약은 17.28%(2만3500원) 오른 15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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