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설계사 노조 "수조원 잉여금 쌓아놓고 설계사 희생 강요"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제공)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한화생명(088350, 대표 여승주)이 판매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파업까지 돌입했던 정규직 노조와 합의를 이끌어내자마자 이번에는 특수고용직인 설계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전날인 22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보험상품의 제조·판매 분리)를 추진하면서 영업조직을 분리해 법인보험대리점(GA)형 판매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들은 이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회사의 일방적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 및 GA로 강제 이동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한화생명에서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GA에 대한 아무런 규정도 보여주지 않고 무조건 이동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홍보하면서 일방적으로 이동을 강요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을 철회하고, GA 전환과 관련해 위로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며 “또 GA 전환의 장점을 말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새로 설립하는 GA의 설계사 관련 영업 규정 및 수수료 규정 등을 문서로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화생명은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 놓고, 해마다 대주주를 위한 배당잔치를 하면서도 보험설계사들이나 노동자들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배당결정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3분기 동안 5394억원의 순이익 중 2028억원을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한화생명의 2020년 9월 기준 이익잉여금은 약 3조5000억원이다. 

한편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와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화생명보험지부는 사측의 제판분리로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하며 지난 1월 29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한화생명 노사는 고용보장 등에 대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고,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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