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재창출로 개발돼 안전성 입증…중증 코로나 환자에 유일한 치료제 

(사진=종근당 제공)
(사진=종근당 제공)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셀트리온 ‘렉키로나’에 이은 국내 2호 코로나19 치료제가 종근당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의 경우 허가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린 시간은 총 39일로 이를 미뤄봤을 때 종근당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라’의 허가 여부는 내달 중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전날 ‘나파벨탄’의 임상 2상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며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조건부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나파벨탄은 본래 ‘혈액항응고제’로 종근당은 이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약물 재창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해 왔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지난해 3000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세포배양실험을 진행한 결과 나파벨탄의 주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렘데시비르보다 수백 배 이상의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약물재창출은 이미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첫 번째 긴급승인을 받았던 ‘렘데시비르’ 역시 약물재창출 사례 중 하나다.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이미 시판돼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인 만큼 임상시험에서 안전 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더욱이 이미 처방되고 있는 약품인 만큼 허가됐을 시 바로 공급될 수 있는 일정분량의 약물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종근당 나파벨탄은 현재 비씨월드제약에서 생산하고 있다.

종근당은 국내에서 중증환자 대상 임상 진행이 어려운 이유로 지난해 러시아에서 중증환자 대상 임상2상을 진행했다.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나파벨탄이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치료기간과 치료율을 크게 개선하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해외에서 발견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변이에도 치료 기전이 적용돼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은 임상 2상에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 104명을 나파벨탄 투여군과 표준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10일간 투여하고, 조기 경고 점수가 7점 이상인 고위험군 36명의 결과를 분석해 통계적 유의성 지표인 p-value가 0.012로 입증 목표인 0.05 이하로 확실하게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파벨탄 투여군은 10일간 투여 직후 61.1%의 환자가 회복에 도달하여 표준치료군의 11.1%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였고, 전체 임상 기간인 28일 경과 후에는 나파벨탄 투여군의 94.4%, 표준 치료군의 61.1%의 환자가 회복해 역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인한 사망 사례가 표준치료군에서 4건이 발생한 데 비해 나파벨탄 투약군에서는 발생하지 않아 고위험군 환자들의 사망을 막아주는 약제로서 나파벨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다수의 국가와 나파벨탄의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허가 신청은 해외 긴급사용 승인에 필요한 명확한 근거를 확보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신속한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종근당은 나파벨탄의 조건부 허가 신청과 함께 대규모 임상 3상 시험 계획서도 제출했다. 임상 3상은 약 600명의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0여 곳 이상의 기관에서 진행하며, 임상 환자의 신속한 모집을 위해 글로벌 임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아직 허가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으나 만약 승인이 된다면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유일한 약물이 될 것”이라며 “특히 각종 변이 바이러스에도 적용될 수 있어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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