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아들 김남호 회장에게 경영 조언 역할"
경제개혁연대 "최소한의 준법 감수성도 없어"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김준기 전 DB(012030)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준법 감수성도 없는 부도덕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김 전 회장은 1심 법원의 집행유예 결정에 따라 석방되긴 했지만 사실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며 “아직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회사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가사도우미 성폭행과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고발돼 2017년 9월 회장직에서 사임했고, 2년 남짓 질병 치료차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2019년 10월 말 귀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체포돼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됐다. 2020년 4월 선고된 1심과 2021년 2월 선고된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에 대해 피감독자간음, 강제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등을 내렸고, 사건은 현재 상고심에 계류돼 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지난 1일자로 DB그룹의 IT·무역 계열사인 DB아이앤씨(DB Inc.)의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김 창업회장이 창업자로서 50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2020년 7월 회장으로 취임한 아들 김남호 DB그룹 회장에게 회사 경영에 대한 조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김 전 회장이 DB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목적으로 이같은 결정을 했고 DB아이앤씨가 이것을 방관했다면, 이는 DB아이앤씨와 DB그룹 전체의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만일 그럴 목적이 없다면 급여와 임원으로서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으로 보든 김 전 회장은 회사 사유화 행태를 보인 것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결여돼 있으며, 이를 승인한 DB아이앤씨 이사회는 총수일가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회사의 준법 시스템을 훼손하는데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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