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CI. 사진=쿠팡이츠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새우튀김 갑질 사태'로 배달 앱 쿠팡이츠에 대한 비판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점주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새우튀김 갑질 사태' 이후 장기황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고 점주 보호를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갑질 이용자의 비난으로 피해를 받게 된 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쿠팡이츠 내부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악성 리뷰에 대해 대처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이츠는 "갑질 이용자의 악의적인 비난으로 피해를 받게 된 점주 여러분을 보호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며 "어려움을 들을 수 있는 전담 상담사를 배치하고, 상담사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등 상담 과정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사는 공정한 리뷰 및 평가를 위해 점주가 제공하는 음식 만족도와 배달 파트너가 제공하는 배달 만족도를 별도로 평가해 왔다. 공정한 리뷰를 위해 이러한 평가 분리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조속히 도입하고, 악성 리뷰에 대해 신속하게 노출이 되지 않도록(블라인드 처리) 신고 절차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쿠팡 본사가 위치한 건물 앞에서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쿠팡 본사가 위치한 건물 앞에서 '블랙컨슈머 양산하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리뷰-별점 제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는 다소 냉랭한 모습이다. 쿠팡이츠의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는 갑질 사태의 원인으로 '쿠팡이츠와 판매자 간 약관'을 지목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전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대한 중소상인, 자영업자 등의 종속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쿠팡이츠의 불공정한 약관과 부당한 요구, 정책 등은 점주가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약관 조항은 점주들의 대응력을 약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적한 규정은 쿠팡이츠 판매자용 약관 8조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판매자의 상품이나 고객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현저히 낮다고 회사(쿠팡이츠)가 판단하는 경우, 거래한 고객으로부터 민원이 빈발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쿠팡이츠는 주의·경고·광고중단·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의 평가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현저히 낮은'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판단 주체를 일방 당사자인 '회사'로 한정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계약 해지까지 이뤄질 수 있어, 점주에게는 불공정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약관 9조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독촉 통지, 시정기회 부여 절차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돼 판매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은 7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위반 사항을 시정하도록 통지, 시정하지 않으면 이용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점주 입장에서는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쿠팡이츠가 여러 가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에) 쿠팡과 쿠팡이츠에 대한 불공정 신고가 여러 건 들어가있지만 1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심사 결과가 나오지않고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불공정 약관을 심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서울의 한 분식집 주인은 '새우튀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니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쿠팡이츠 고객센터와 통화하던 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지난달 말 숨졌다. 이를 계기로 시민사회단체들은 배달앱 운영 사업자에 블랙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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