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최근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시키며 김부겸 국무총리는 "세계 10위 경제력을 자랑하면서 산재에 대해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가는 게 맞나. 기업들이 산재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산재를 줄였다면 과연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했겠나"라며 산재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후진국형 인재'라 할 수 있는 광주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했다. 광주 대로 바로 옆에서 건물 해체 작업을 하는데 최소한의 안전 펜스조차 설치가 안됐다. 이 참사는 안전관리책임자, 지자체, 시공사 등의 도덕적 해이가 종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30위권 중 6위인 대우건설은 '산재 사망사고 최다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19년 6건, 2020년 4건 등 최근 10년 간 56건의 사망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무려 57명에 달한다. 매년 평균 6건 안팎의 사망 사고가 난 셈이다. 

빈번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대우건설은 안전보건 예산을 오히려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결과, 2018년 14억3000만원이었던 안전 예산은 2019년 9억7000만원, 2020년 5억3000만원으로 반토막 이하로 줄어들었다. 

태영건설(시공능력평가 13위) 경우 올해 초 1월~3월까지 건설현장에서 매 달 총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을 받았다. 그럼에도 지난 6월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해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최근 1년간(2020년6월~2021년5월) 중대재해가 2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모두 30곳으로 대우건설(6건)에 이어 현대건설이 5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포스코 △GS건설 △태영건설 △두산건설 △동부건설 △현대엘리베이터 등 9개 기업에서 지난 1년간 중대재해가 3건씩 발생했다.

이 가운데 17곳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였으며,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사가 1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노동계나 경영계에서 말들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영계에서는 최종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 정의가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과도한데다 시행령에서도 해석이 불명확한 조항이 많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도 과로사 원인 질환과 2인1조 업무 등과 관련, 입법 효과를 의문시하고 있다.

특히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과반 비율을 차지하는 건설업계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법 추진에 유감을 표명하고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내용 보완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건설 현장 사망자는 499명으로 전년도 478명 대비 4% 늘어났다. 정부가 안전 기준 강화 대책을 발표한 2017년 579명에서 2018년 570명, 2019년 478명으로 줄어드는 추세가 3년 만에 반전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보완돼야 하지만, 사망사고가 줄지않고 있는 건설업계는 김 총리의 쓴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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