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삼성생명(032830, 대표 전영묵)이 즉시연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21일 즉시연금 보험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즉시연금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한 것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네 번째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국내 보험사 중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크다. 금감원이 파악한 즉시연금 전체 미지급금은 1조원 수준인데, 이 중 삼성생명이 4300억원(5만5000명)을 차지한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2만5000명), 700억원(1만5000명) 규모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번에 납부하고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지난 2017년 한 가입자가 매월 나오는 연금액이 당초 계약보다 적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A씨는 매달 받는 연금수령액이 최저보증이율(2.5%)를 적용해도 예상했던 지급액보다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만기 시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환급재원(책임준비금)을 쌓았는데, 이를 약관에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과소지급 논란이 벌어진 것이었다. 즉시연금 약관에는 연금액 산정과 관련해 ‘연금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만 명시돼 있고, 산출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약관에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했고, 산출방법서엔 사업비를 뗀다고 돼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고, 생보사들에게 과소지급한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지게 됐다.
한편 1심에서 패소한 보험사들은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