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농심>
<제공=농심>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농심(004370)이 라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라면 가격 인상을 통해 향후 수익성 개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전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올리기로 결정했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출고 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7.6%, 안성탕면 6.1%, 육개장 사발면 4.4%다. 

이번 라면 가격 인상과 관련해 농심은 최근 밀가루와 팜유 등 라면의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 경영비용의 상승을 이유로 꼽았다. 원가 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소맥(밀가루 원재료) 선물 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698센트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1.6% 상승했다. 이에 지난달부터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는 농심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에 밀가루 공급 가격 인상 소식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팜유도 1톤에 4470달러로 전년 대비 68.3% 올랐다.

사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진=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실적 개선 효과vs 재검토 필요 
농심이 라면 가격 인상을 공언한 뒤 여론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업계는 그간의 실적 부진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원재료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로 고정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었던 가운데, 이번 결정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농심 전체 매출의 79%가 라면의 몫이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는 라면 가격이 농심의 실적으로 상당 부분 직결된다는 의미다. 

이에 증권가 반응도 긍정적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의 경우 국내 시장의 성장률이 정체돼 있기 때문에 다른 품목 대비 가격 인상의 의미가 더 크다"며 "이번 라면 출고 가격 평균 6.8% 인상에 따라 연간 매출액 900억원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익 개선 효과는 원가 상승분 커버 및 초반 물량 감소를 방어하기 위한 판촉 행사 진행 등을 감안했을 때 연간 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쟁 심화로 국내 별도법인 연간 영업이익이 300억~4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했을 때 영업이익이 약 두 배로 증가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식 활성화 및 비상식량 비축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호조를 보인 라면 회사가 원자재 가격 인상을 근거로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문을 내고 ”농심이 가격 인상의 이유로 든 제반 경영비용에 대해 살펴본 결과,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총비용(원가 및 판관비) 중 인건비 비중의 변동은 크게 없었다“며 ”농심이 주장하는 원가의 인상 요인은 있으나 이를 상회하는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가격 인상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아울러 협의회는 "신라면 출고가 변동만을 본다면 2011년 8.5% 인상, 2016년 5.7% 인상, 2021년 8월 7.6% 인상해 10년 동안 약 3회에 걸쳐 주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기간 동안 농심의 라면 출고 가격은 낮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2012년~2016년 소맥분 가격은 평균 13.8%, 팜유는 14.6% 하락했다.

협의회는 "라면 가격을 올릴 여러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나 라면 출고가 인상은 소비자와 상생하는 기업의 결정이라 보기 어렵다"며 "농심의 가격 인상 결정은 단기적 주가 상승 및 원가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는 멀어지게 됨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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