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지고 떠나겠다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홍 전 회장은 여전히 회사 출근을 이어가며 경영을 살피고 있으며, 장남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는 횡령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복직했다.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 절차까지 이뤄졌다.

◆사퇴한 회장의 회사 출근, 장남 복직에 차남 승진까지
19일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남양유업 노동조합(이하 남양유업 노조)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4일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을 사퇴하고 밝힌 뒤, 공식적인 직함이 없음에도 현재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 출근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매각 돌연 연기 논란이 벌어진 이후에도 매일 회사 출근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 전 회장은 5월 한앤컴퍼니에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나, 계약 종료일인 지난 7월 30일 돌연 매각을 잠정 연기하면서 '매각 철회' 논란을 빚었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의 행동에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노조는 "사측이 임금교섭 진행 중 일방적으로 매각을 통보하여 고용안정 불안에 빠트린것도 모자라 합리적 이유 없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거래를 지연시켜 큰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홍 전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단언한 것과 달리, 장남과 차남의 남양유업 경영을 밀어주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공표되기 하루 전날인 5월 26일, 내부에서는 장남의 복직과 차남의 승진이 이뤄진 것이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장남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는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복직해 경영 일선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를 시키는 등 횡령 논란에 휩싸여 4월 보직 해임 조치 된 지 한달 만이다. 같은 날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매각 계약이 마무리되면 임원 현황 등의 내용이 일괄 변동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면 현재 이사회의 임원 변동을 이뤄낼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남양유업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는 홍 전 회장 일가가 그대로 이사직에 등재됐다. 홍 전 회장과 그의 모친인 지송숙씨, 장남 홍진석 상무, 차남 홍범석 상무다. 남양유업 오너일가가 포함된 등기이사의 상반기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4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9809만원에서 50%가량 증가한 수치다. 

◆불매운동 재점화
문제는 홍 전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남양유업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의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도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 실적과 직결되는 '불매운동'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남양유업의 분유 제품을 불매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분유의 경우에는 과거 대리점 갑질 논란 등으로 발생한 불매운동에서도 영향을 피해갔던 제품이다. 산후조리원 등에서 사용하는 분유 브랜드를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때 분유 브랜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다만 남양유업의 경우, 매각 결정 이후에도 일련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매각 절차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는 계속해서 덧입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 주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으로 공표된 이후 74만2000원까지 올랐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56만6000원으로 23%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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