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노조 차원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원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노조 차원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최근 민주노총 소속 택배 기사들의 갑질 및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000120) 대리점주 A씨의 사망 원인을 놓고 노조와 유족 측의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노조는 집단 괴롭힘에 대한 사실은 일부 인정하지만 대리점주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외면한 원청 CJ대한통운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유족 측은 이같은 노조의 입장은 고인을 모욕하는 패륜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 대리점 소장의 사망에 대한 노동조합 사실관계 조사 보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택배노조 측은 "조사 결과 일부 조합원들이 A씨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대화방에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단 폭언이나 욕설 등의 내용은 없었고 항의의 글과 비아냥, 조롱 등의 내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는 이러한 행위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A씨 유족이 고소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당사자들에게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며 "집단 괴롭힘 중 일부가 사실로 확인된 상황에서 노조는 당사자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CJ대한통운을 언급했다. 택배노조 측은 "월 3000만원이 넘는 고수익을 내는 대리점을 왜 A씨가 스스로 포기하려고 했는지 규명하는 것은 사망 배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며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의 요구로 열악한 경제 상황에 놓인 A씨가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CJ김포지사장과 장기대리점 조합원과의 지난달 25일 통화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지사장이 "솔직히 얘기하면 제가 본사 심사위원들한테 A씨를 어떻게 얘기했을 것 같아요. 내가 잘 얘기했으면 A씨가 붙었겠죠", "저는 A씨를 떨어뜨리려고 한 거예요 솔직하게" 등의 통화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택배노조 측은 "A씨는 집도 매각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분할되는 1개의 대리점만이라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며 "그러나 김포지사장은 자신이 했던 말도 뒤집으며 A씨의 마지막 소망마저 짓밟는 행위를 자행했고 A씨는 결국 대리점에서 완전히 퇴출당해 부채를 더 이상 상환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경제 여건이 최악인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대리점 포기각서를 강제하는 상황이 확인됐는데 (본사는) 왜 모든 책임을 노조에만 돌렸을까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노조의 기자회견에 A씨 유족들은 즉각 반발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진행된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유족으로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고, 황망한 중이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입을 열었다. 

유가족 측은 "유서에는 고인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던 마지막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있다"며 "그러나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쏟아낸 헛된 말들이 마치 진실인 양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면, 고인을 다시 한번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유가족 측은 노조 측의 갑질 행위를 명백히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유가족 측은 "고인은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며 "고인은 죽음을 통해 노조의 횡포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연하게 자행된 집단 괴롭힘과 폭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인의 유언을 통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노조의 교묘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진실을 덮으려는 노조의 파렴치한 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가족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고인의 빈소를 찾지도 않은 노조의 애도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노조는 택배기사들이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행동했는지 되돌아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옷 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노조원 12명의 이름과 이들의 집단행동을 원망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서에 따르면 A씨는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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