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A씨, "회사 입사 당시 여직원에게 임신 포기각서 받았다"
남양유업, "명백한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강경대응할 것"
불매운동 확산 조짐..."주요 소비자인 아이 엄마 관련 인사 부당 의혹은 큰 문제"

남양유업 본사. 사진=최은지 기자 
남양유업 본사. 사진=최은지 기자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남양유업(003920)이 여직원들에게 임신 포기각서를 제출받았다는 국정감사 증언이 등장하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남양유업은 해당 증언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즉각 부인했다. 

남양유업 고양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지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제가 회사에 입사할 때는 여직원에게 임신 포기각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2002년 남양유업에 입사하고, 2015년 육아 휴직 후 이듬해 복직했다. 하지만 복직 이후 경력과 관련 없는 업무 배정, 지방 근무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현재 사측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임신 포기각서를 받는 상황에서) 2015년 육아휴직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애초 계획한 것보다 3개월 늦게 육아휴직을 쓰게 됐다"며 "육아휴직 신청은 전자 문서로 결재가 완료됐으나 이후 수기로 신청서를 다시 올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복직 이후 인사와 관련해서 협의와 상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복직하고 업무를 맡기지 않아 회의도 못 들어갔다. 점심도 혼자 먹고, 직장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원식 회장의 녹취록에 '업무를 세게 시켜라', '못 견디게 하라'는 발언이 있다. 그래서 인사팀이 제게 이런 인사를 낸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SBS는 홍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빡세게 일을 시키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해 지금 못 견디게 해" "위법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한계 선상을 걸으라는 얘기야"라고 말한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홍 회장의 부당 인사 관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A씨의 증언 이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칠 때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적용해 판단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로 피해자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노동자가 육아휴직 뒤 복귀에 제약은 없는지도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남양유업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부가 남양유업 건은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수시 감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해당 증언과 관련해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회사 차원에서 명예훼손 등으로 강경하게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성명을 냈다. 

육아휴직 후 부당 인사에 대한 주장과 관련해서도 "육아휴직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 및 부당한 대우 등도 따르지 않는다. 해당 소송에서 현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된 녹취록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형마트에 남양유업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대형마트에 남양유업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계속되는 논란에 끊임없이 추가되는 불매운동 '불씨'
남양유업의 강력한 부인에도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의 새로운 불씨가 켜졌다는 평도 나온다. 남양유업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로 인해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지금까지 대리점 갑질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장남의 횡령 의혹 등 홍 회장 일가와 관련 논란이 연이어 발생,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하락의 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홍 회장의 말 바꾸기 논란이 일며 불매운동의 새로운 이유도 생겨났다. 홍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 당시 회장직을 사퇴하고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직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장남은 복직에 차남은 승진까지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새로운 제 3매각자를 찾겠다며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매각 절차 철회 의사를 밝혀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발생했다. 

누리꾼 A씨는 "계속되는 논란에 불매운동에 참여해왔으나, 회장 일가의 매각 소식을 듣고 지켜보려고 했다"면서도 "그러나 분유, 치즈, 우유를 제조하는 등 아이들에게 먹이는 식품을 제조하는 회사가 진짜 그랬다면 '영구적 아웃'이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B씨는 "대기업 갑질이 1~2개 이야기가 아니지만, 주요 소비자인 아이 엄마와 관련 인사 부당 의혹이 벌어진 건 문제다. 그러면서 아이한테 먹이는 걸로 돈을 벌겠다는 게 나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신 포기각서'에 대한 증언의 여파가 이날 남양유업의 주가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남양유업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부과 벌점은 11점, 공시 위반 제재금은 2억 2000만원으로, 이에 따라 이날 하루 동안 남양유업의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철회했다"며 "또 매각 계약과 관련한 소송 진행사실을 뒤늦게 지연 공시했다"고 지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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