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례(2010도9871)에 정면 배치"

NH농협은행 본점전경(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본점전경(사진=NH농협은행)

[증권경제신문=손성창 기자] NH농협이 업무상 횡령을 저지른 직원들에게 엉뚱하게 '형법'이 아닌 '은행법'을 적용해 자체 징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금융기관에 대한 최고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조차 농협은행의 말만 그대로 믿고 과태료 처분으로 의결해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시갑, 농해수위)에 따르면, 농협은행 감사부는 지난 2017년부터 약 1년간의 자체 감사를 통해, NH농협 8개 지점의 직원 9명이 본인의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거나 주식투자·외환거래 차익을 위해 실제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단말기를 이용해 출금(무자원 선입금 거래)하여 사용하고, 이를 다시 정리하는 방식으로 전산을 조작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NH농협은 적발된 직원들의 행위가 형법이 아닌 '은행법' 제34조의2(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주의촉구에서 징계해직 등 자체 징계에 그치고,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역시 2018년 말에 NH농협에 대한 종합검사를 통해 위와 같은 위반 행위를 확인했으나, 농협은행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은행법' 제69조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건을 마련했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 금융위원회회의를 열어 금감원의 과태료 부과 조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문제는 NH농협 직원들의 행위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횡령(형법 제356조)에 해당함이 명백함에도, NH농협이 대법원 판례(2010도9871)까지 무시하며 엉뚱한 '은행법'을 적용해 자체징계라는 솜방망이 문책에 그쳤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주철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이 해당 직원들에게 적용한 '은행법' 제34조의2(불건전 영업행위 금지)는 “은행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거나 은행이용자의 부당한 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 은행의 경영건정선을 제고하고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한 규정”이지 금고를 지키는 은행 직원들을 규율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주철현 의원실의 지적에 NH농협 감사부는 “직원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 후 같은 날 반환하였는데, 이는 사용 당시부터 은행의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제거할 의사가 없이 사용한 것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며 업무상 횡령죄가 아니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하여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2010도9871)해 농협은행 직원들의 행위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주철현 의원실은 심지어 NH농협 직원들의 행위는 업무상 횡령뿐만 아니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사전자 기록 위·변작죄(형법 제232조의2)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NH농협 직원들이 '형법'이 규정한 2가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NH농협이 이들에게 다른 법규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줬고, 더욱 한심한 것은 최고 감독기구인 금감원·귱융위조차 NH농협의 말만 그대로 믿고 형사처벌 대상인지 여부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주철현 의원은 “NH농협은 이제라도 해당 직원들에 대한 고발 조치를 통해 응당한 책임을 묻고, 금융위원회 역시 이처럼 황당한 의결 절차가 진행된 과정을 점검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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