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수도권 20개점 축산매장서 순수 식물성 대체육 판매
축단협 "축산매대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소비자 인식 왜곡"
소비자 "비건의 '동물보호' 가치 신념과 상반되는 배치"

이마트 성수점. 사진=이마트
이마트 성수점. 사진=이마트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이마트(139480)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체육을 축산 코너에 배치한 것과 관련해 축산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다.

축산업계는 고기가 아닌 것을 고기 코너에 배치하는 건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강한 반발에 나섰으며, 일부 소비자 또한 대체육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수도권 20개 점포에서 대체육을 축산코너에 배치해 판매를 시작했다. 대체육을 쇠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본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등 채식문화가 발전하고 대체육이 정착된 나라의 대형마트에서도 전통 육류를 주력으로 하되 동일 공간 내 대체육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추세다. 다만 국내에서는 대형마트 축산 코너에 대체육이 배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당수 대형마트에서는 가공식품 코너에 대체육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는 "대체육을 가공식품이 아닌 우육, 돈육과 같은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고려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축산 코너에서 진열 판매한다"며 "육류 쇼핑에 있어 고객 중심적인 매장을 구성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축산 매대에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인식 왜곡"
이를 두고 국내 축산업계 크게 반발했다. 한돈, 한우협회 등 26개 단체로 구성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은 이마트에 축산대체식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기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미명 하에 축산 매대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소비자 인식 왜곡이라는 이유에서다. 

축단협은 "흔히 대체육으로 알려진 대체가공식품은 고기가 아닌 합성물로 전통 축산물에 비해 맛과 영양이 보장되지 않으며, 과도한 항생제와 맛을 위한 식품첨가물 투입으로 식품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축산물 매대 판매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엄연히 축산물이 아닌 식품을 축산코너에서 판매하는 것은 축산물에 대한 불필요한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국내 축산업 기반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한 이치"라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연구(R&D) 예산 투입 등 축산 대체식품 육성에 앞장설 것이 아니라 식품안전과 영양학적 수준이 보장된 전통 축산물 진흥정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축단협은 농식품부에 공문을 보내 소비자 알 권리 보장과 축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선진국과 같이 '고기' 또는 '육(肉)'자, '유(乳)'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용어 정의와 안전성 검증 절차 등 법적 제도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축산 매대에 있는 대체육소비자 반응은? 
대체육은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등을 고려해 채식을 실천하거나 식습관 개선, 건강 증진 등을 이유로 식물성 지단을 지향하는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등장한 가공식품이다. 

이에 가치소비 신념에 따라 축산물을 섭취하지 않는 소비자로서 이마트의 대체육 축산매대 배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건으로서 축산매대에 가는 것 자체가 불편한 데, 대체육을 구매하기 위해 축산매대를 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비건 소비자 A씨는 "대체육을 소비하는 그 누구도 축산 코너를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치소비 신념을 바탕으로 하면, 축산 코너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사람들이 반 이상일 것이다. 적어도 동물복지를 고려해 채식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배치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건 소비자 B씨는 "대체육이 말로 풀이하면 고기를 대체한다는 의미가 되지만, 결국엔 콩과 밀을 가공시켜서 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의 식재료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며 "대체육이 고기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그 누구도 죽지 않은 상황에서 식재료의 폭을 넓혀준 하나의 '가공 식재료'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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