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재하청 업체, "현산이 철거 공정 주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서 2021년 8월 27일 오전 법원의 현장검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서 2021년 8월 27일 오전 법원의 현장검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재판이 원하청간 부실 공사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최근 책임자 병합 재판에서 원청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대표 권순호, 이하 현산) 현장소장이 '원청에게는 부실 공사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 하청·재하청 업체 측은 원청이 철거 공정을 주도한 뒤 공사 관련 자료를 폐기·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산)는 지난 13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업체(현산), 하청·재하청 업체(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 공범 7명에 대한 제9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현산 현장소장 서모(57)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검사는 '현산이 시공 계획서 승인 권한을 갖고, 하청업체에 공사 관련 필요한 지시(설계 도서 부적합 개선 요구 등)를 할 수 있다'는 원하청 계약서 내용 등을 근거로, 원청에 부실 공사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검찰의 "해체계획서와 달린 철거 공사가 진행된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서씨는 "잘 몰랐다"며 "실질적으로 철거에 대한 부분은 저희(현산)가 잘 모르기 때문에 도급을 줬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산으로부터 철거 공사를 따낸 한솔 측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공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하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철거나 해체 관련은 잘 몰라서 아는 척을 못했지만, 작업자의 안전 등에 있어서 굉장히 성실하게 관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날림 먼지를 줄이기 위한 과다 살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해체계획서대로 철거 공사가 진행되는지 등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자 차모(59·여)씨에게 고의적으로 공사 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업무를 방해했는지 관련 질문에서도 조합 측으로 책임을 돌렸다.

서씨는 "감리 계약 자체가 조합하고 이뤄져 있지 않나"라며 "합의나 계약에 대한 부분은 조합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후 감리자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는 '시공사가 공사 일정 등 협의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솔 측이 백솔건설에 내부 철거 및 구조물 해체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한 것과 관련해 "그 부분은 붕괴사고 발생 이후 알게 됐다"고 부인했다.

반면 하청 한솔 현장소장과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 등은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현산의 안전관리 부실을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현산 현장소장과 공무·안전부장 등이 해체계획서 작성을 독촉하며 공사 전반에 관여했다. 불법 재하도급 구조에서 해체계획과 달리 공사가 진행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감리 계약도 원청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현산과 공사 입찰 단가(철거 견적)를 놓고 미리 협의해 입찰가를 3차례나 줄일 수밖에 없었고, 폐기물 처리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과다 살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묵살당했다"고 증언했다. 기성금 지급, 지시 불이행 시 압력을 고려할 때 우월적 지위에 있는 현산 측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한편 이번 재판 피고인들은 재개발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안전부장 김모(57)씨·공무부장 노모(53)씨,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철거 현장 감리자 차모(59)씨 등이다.

이들은 해체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 6월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지하 1층~지상 5층)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