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적극적 지원…최적의 금융조건 확보

미 오하이오 주 벨프레에 위치한 크레이튼 SBC 생산 공장 (사진=DL이앤씨 제공)
미 오하이오 주 벨프레에 위치한 크레이튼 SBC 생산 공장 (사진=DL이앤씨 제공)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DL케미칼이 한국기업 글로벌 인수·합병(M&A)역사를 새로 썼다. DL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미국 상장사를 차입매수(이하 LBO) 방식으로 인수한다.

DL케미칼은 지난 9월 27일 인수를 확정한 미국 크레이튼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지난 11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 5000만 달러(약 1조 1200억원)를 확보한 데 이어서 지난 20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 5000만 달러 (약 1조원) 규모의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DL케미칼은 인수 발표 두 달 반 만에 자체 보유한 현금을 포함해 3조원의 인수자금을 모두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작업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LBO를 활용한 DL케미칼 M&A전략이다. 국내 회사가 미국 상장회사 인수에 적용한 최초 사례로 M&A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글로벌 자금과 국내 금융시장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초단기에 금융조달을 마무리한 새로운 방식은 향후 국내기업 M&A지도를 미국 등 해외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묘수라는 평가다.

LBO란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일으켜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피인수 기업의 담보대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DL케미칼은 LBO 금융에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을 통해 확보한 인수금융을 접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서 금융비용과 크레이튼의 부채비율까지 함께 낮추어 양사의 재무건전성균형을 유지하는 선진 금융기법을 글로벌 M&A시장에 최초로 선보였다.
 
DL케미칼은 글로벌 금융의 빠른 확보를 위해 지난 달 미국에서 수십여 곳의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딜 로드쇼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모집금액의 2배가 넘는 주문을 받으면 성공적인 거래로 평가되나 이 투자에는 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며 유리한 금융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DL케미칼의 크레이튼 인수 시너지를 인정 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지난 해 카리플렉스 인수 시 보여준 빠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 상장사 인수는 비밀유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라 가장 난이도가 높은 M&A 거래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사에 어려움을 겪으며, 미국 상장사 딜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이번 딜의 성공으로 DL케미칼은 지난 해 카리플렉스에 이어 크레이튼 인수 성사라는 신뢰할만한 레퍼런스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구축할 수 있게 됐으며 향후 추가적인 M&A 추진을 위한 전략의 폭도 넓히게 됐다.

이번 딜 성공에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금융 관행, 심사기간, 절차 등 모든 면에서 통상 M&A와 다른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미국 금융의 빠른 진행 속도에 발맞추며 이번 인수금융을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카리플렉스 인수와 올해 디렉스 폴리머 설립에 이어 이번 크레이튼 인수까지 DL케미칼 주요 사업과 함께 해왔다. 수출입은행 역시 구 대림산업 시절부터 그룹사 전반에서 추진된 다양한 신사업을 지원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양 은행은 DL케미칼의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을 비롯, 미국과 유럽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 시장 1위 점유율 및 세계 최대 규모 친환경 바이오케미칼 사업을 가지고 있는 크레이튼 기업 역량에 대한 신뢰로 전격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

DL케미칼은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돌입하기 위해 인수 절차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난 9일 크레이튼은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DL케미칼의 자사 인수를 승인했다. 남은 절차는 주요국 규제 당국 기업결합 승인이다. 지난달 미국 규제 당국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외 주요국 승인 절차는 2월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L케미칼 김상우 부회장은 "한국기업 최초 미국 상장사 LBO성공이라는 쾌거를 출범 첫 해에 이루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DL의 M&A역량을 증명했다"며, "탄탄한 현금창출 능력과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크레이튼은 8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13개 생산공장과 5개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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