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출고량 조절 생산량 감축 등 광범위한 담합 수단 동원"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하림(136480)을 포함한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들이 10여년간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육계 신선육 시장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하림 등 16개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국내 신선육 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주식회사 하림을 비롯해 올품, 하림지주,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참프레, 마니커, 체리부로, 농업회사법인 사조원, 해마로, 공주개발, 대오, 씨,에스코리아, 금화, 플러스원, 청정계 등이다.
업체별 과징금 부과액은 하림이 406억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올품(256억3400만원), 마니커(250억5900만원), 체리부로(181억8700만원), 하림지주(175억5600만원), 동우팜투테이블(145억4800만원), 한강식품(103억7000만원), 참프레(79억9200만원), 청정계(64억3100만원), 사조원(51억8400만원), 공주개발(13억2000만원), 대오(9억2300만원), 해마로(8억7800만원), 금화(7억3000만원), 플러스원(4억900만원) 등이다. 단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씨.에스코리아는 과징금 납부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제외됐다.
이와 더불어 공정위는 현재 신선육 판매를 하지 않고 있는 하림지주, 공주개발, 청정계를 제외한 13개사에 시정명령 조치했다. 또한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5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27일까지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량, 병아리 입식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담합했다. 담합 창구로는 16개 사업자가 구성 사업자로 가입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모임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가 활용됐다.
구체적으로 하림, 올품 등 14개사는 16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를 산정하는 요소인 제비용(도계 공정에 드는 모든 경비),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할인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할인 대상 축소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서로 가격 할인 경쟁도 자제했다.
또한 16개사는 2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는 방법으로 출고량을 줄이기도 했다. 도계된 육계 신선육을 시중에 공급할 경우 공급량 증가로 판매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육계 판매가를 구성하는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9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핵심 생산 원자재인 종란(달걀)과 병아리를 폐기·감축하는 방식으로 육계 신선육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업체는 출고량 및 생산량 조절 공동행위가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점이 없고, 정부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을 적발해 시정조치했음에도 재차 담합이 발생했다"며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고발 조치 등 엄중 제재함으로써 향후 시장에서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식품·생필품 등 국민생활 밀접분야에서 물가 상승이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생계 위협형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며 "법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