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제안 안건 11개 중 9개 상정
인삼공사 분할상장 상정 안해…"실익 적어"

KT&G CI. 사진=KT&G

[증권경제신문=최은지 기자] KT&G(033780)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제안 안건 중 상당수를 상정하기로 했다. 단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 안건은 제외돼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는 오는 29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제안한 11건의 주주제안 중 9건을 안건으로 상정키로 결정했다. 

앞서 FCP는 지난 1월 주주 제안을 통해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 ▲주주환원 정상화 ▲분기배당 ▲거버넌스 정상화 등을 요구해왔다.

다만 KT&G는 이중 KGC인삼공사 분리상장과 자사주 취득 제안은 정기 주총에 올리지 않았다. KT&G 관계자는 "관계 법령에 비추어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은 금년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한 점과 그 이유에 대해 제안 주주 측에 상세히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T&G는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에 대해 실익이 적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례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지난 1월 기업설명회에서 "현 시점에서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은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실익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분할을 추진한 기업들이 사례를 보면 주가 상승에 별 영향이 없음을 알 수 있다"며 "향후 KGC가 글로벌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KT&G의 자금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G 최근 1년간 주식차트. 사진=네이버 금융 갈무리

◆행동주의 펀드들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필요"
KT&G의 주총 안건 상정에 대해 행동주의 펀드들의 대응은 다소 엇갈렸으나, 여전히 인삼공사 분리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일치하는 모양새다. 

먼저, FCP는 KGC인삼공사 분리상장을 KT&G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FCP는 입장문을 통해 "KT&G 측이 인삼공사 분할계획서 등은 이사회 및 경영진의 협조가 있어야 주총에 올릴 수 있는 안건이라고 반박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삼공사 분리상장 요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FCP의 입장이다. FCP는 "가처분 신청 취하가 의미하는 바는 주주제안 전략의 재정립에 해당할 뿐 제안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FCP로서는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출할 경우, 보다 인삼공사 분리상장 추진에 속도가 날 것으로 판단해 한 걸음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또 다른 행동주의펀드 안다자산운용은 오히려 KT&G 정기 주주총회 때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안건을 상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상정을 요구한 안건에는 사외이사 후보 4인 추천과 1주당 7867원의 배당 등도 포함됐다.

안다운용 측은 "KT&G는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을 결정할 권한이 주주가 아닌 이사회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상법상 합병·분할은 주주총회 승인 사안"이라며 "법리적으로 다퉈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펀드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나왔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난 3일 KISCO홀딩스(001940) 주주총회에 자기주식 매입 안건을 의안 상정으로 요구하는 가처분을 제출했는데, 전날 법원이 이를 인용한 것. 

이에 행동주의 펀드의 입장에선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향후 주주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으나, 이번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주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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