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책임론 규정 “이해찬 단일화 필승론 과신, 대표직무 소홀”

 

▲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사진=민주당 홈페이지>

대선이 끝난 지 4개월여가 지난 9일,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한상진)가 대선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월 21일 대학교수들인 외부위원 5명과 당내위원 4명으로 출범한 대선평가위원회는 지난 8일까지 78일 간 활동했으며, 이를 통해 총 4부 20개 챕터 360여쪽으로 구성된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놓았다.

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고서에 담긴 △대선전략 부재 △계파갈등 △두뇌기능 미흡 △취약한 리더십 △평상시 정당활동의 부재 △방만한 선대위 △당내 협력문화 부진 △정책부족 △후보 요인 등 9대 패인을 발표했다.

특히 대선평가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전 후보와 이해찬 전 대표 등 친노-주류 핵심 당사자들의 책임론을 전면에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표된 대선평가보고서가 내달 치러질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패인 1순위는 단연 계파갈등, 전략도 부재>

우선, 위원회는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과 전략’을 문제로 지적하며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50대 이상 세대와 자영업자, 그리고 서민층과 수도권 및 충청권 유권자층이 대거 이탈한데 비해 이를 막을만한 대선전략과 지도부의 리더십이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의 주요 조사 분석 데이터와 문재인 후보의 득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며 거듭 “대선전략 부재와 사전준비 미흡 때문에 세대, 계층, 지역, 직능 전략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밝혔다.

선거구도와 관련한 당내 논쟁에 대해서도 당내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잘못해서 졌다는 ‘내부 책임론 및 자기 성찰형’과 이기기 힘든 선거에서 민주당은 최선을 다했으나 졌다는 ‘환경 책임론 및 자기 위로형’이 있다”며 “84.8%가 내부 책임론에 동의한 반면, 환경 책임론에 동의한 사람은 11.3%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계파갈등과 두뇌기능 미흡 등으로 국민신뢰가 하락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경제의 세계화, 사회경제의 양극화 추세 속에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객관적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래의 뿌리인 포용과 소통의 프레임을 벗어나 민생을 외면한 채 이념논쟁, 계파갈등, 대결정치에 주력했다”면서 “당의 분열이 계속되고 계파갈등이 심화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신뢰가 현저히 하락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는 “다양한 설문조사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인 1순위는 단연 계파갈등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두뇌기능의 미흡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뇌기능’과 관련해서는 “민주정책연구원에 대한 위상과 역할을 확립해야 하며 당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면서 “민주진영의 중심적 싱크탱크로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원장의 선출방식을 개선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얻은 45%가 안철수 지지자로부터 온 것”>

‘유권자 투표선택에서 정당과 후보 요인’도 중요한 패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대선평가위는 “설문조사 결과 주요 발견점은 18대 대선에서 유권자선택에 영향을 미친 변수는 후보요인이 정당요인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였다는 사실”이라며 “유권자들은 민주당보다는 문재인 후보를 보고 투표했으며, 마찬가지로 새누리당보다는 박근혜 후보를 보고 투표한 경향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능력 면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국정운영을 포함하여 여러 분야에서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비해 상황대처 능력이나 TV토론 실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으나 당 장악력과 캠프운용 등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고 소개했다.

정당 요인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폭넓은 호감을 이끌어 내고 있었으나 민주당은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인색한 평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의 핵심이었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와의 문제도 빠질 수 없는 패배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대선평가위는 보고서를 통해 “(후보단일화) 협상의 상황과 조건은 충분히 좋았으나, 승리주의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해서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과적으로 협상에서 쌍방이 무능력했다”고 양측 모두를 비판하며 “이겨야 한다는 집념이 강한 상태에서 이기려는 전략을 성찰적으로 재검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측은 자신이 승리한다는 기본 가정 위에서 협상을 했을 뿐 다른 가능성을 예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선평가위가 국민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전 교수 지지자의 65.2%가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으며, 21.2%는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고, 11.7%는 기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대선평가위는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의 45%가 안철수 지지자로부터 온 것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21.2%만이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친 박근혜 성향 가운데 상당수가 기권 등의 형태로 흩어진 것을 의미한다”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권을 한 11.7%를 문재인 후보가 적극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대선 이후 지금까지도 안철수현상과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는 대선이 끝난 현재에도 매우 높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46.7%가 동의했다”며 “그 중에서도 문재인 후보에 투표자는 59.3%가,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는 69.6%의 동의율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대선평가위는 보고서를 통해 “새롭게 정치를 재개한 안 전 후보에 대한 현재의 지지는 상당한 수준이나 정치인 안철수가 좀 더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보다 자기 성찰적인 책임 윤리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이해찬 책임론 정면 제기, “내 탓이오 모범 보여라”>

한편, 대선평가위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대선 패배 요인들을 분석하며 민주당의 환골탈태와 발전방향에 대해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의 대전환이 최우선”이라며 “계파정치 청산-지역친화-세대조화의 정당으로 환골탈태”를 강조했다.

또, 당내 경선에서 논란이 많았던 모바일 투표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심과 민심의 조화로운 대표성을 창출하는 민주적 게임 규칙, 안정화된 기술시스템과 적실한 선거관리체계, 허용 가능한 오류를 관용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문화가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때 모바일 투표라는 민주통합당의 진보적 정치실험은 완성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민주당에는 정치적 책임윤리가 거의 빈사 상태에 있다”며 “때문에 같은 실수가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보고서에는 “민주당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은 민주당을 이끈 지도부가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고 공개적으로 ‘내 탓이오’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대선 준비를 철저히 수행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이해찬 전 대표가 자신의 지위에 상응하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보다, 후보단일화 필승론을 과신한 나머지 자신이 충분히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과학적 정세분석과 유권자 지형 변화의 청취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며 “자신의 행위 결과에 책임을 지는 새로운 풍토의 조성을 위해 고결한 책임 윤리의 품성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1470만표를 얻은 것에 대해서는 적극 평가하면서도 “선거의 중앙 통제탑을 세우지 않아 비효율성이 컸고 민주당의 많은 인사들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을 안겨주었다”며 “이런 시행착오는 심각한 결함이었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덧붙여 “문재인 후보의 노력과 거둔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의 결정이 가져온 심각한 부작용에 대하여 성찰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기를 바란다”고 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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