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증여세 눈감고…기재부, 소극적 법 적용

대기업 오너들이 자녀들에게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으로 부를 이전하고 있는데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10일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대기업 최대 주주들이 자녀 소유 비상장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등을 통해 부를 이전하고 있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에 물류관련 일감을 몰아주다가 적발됐다. 당초 20억원으로 출발한 현대글로비스는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덕택에 주식가치가 2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백억원대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비상장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다가 이번에 같이 적발됐다.

또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자녀와 배우자 등이 설립한 비상장 법인에 롯데시네마 내 매장을 낮은 임대료를 받는 방법으로 부당이익을 얻게 했다. 신 회장은 이들에게 ‘일감 떼어주기’ 방식으로 현금배당 280억원과 주식가치 상승으로 782억원의 이익을 챙겨주다가 적발됐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도 롯데그룹과 유사한 방식으로 매장을 설립해 운영해 왔으며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물량을 자녀 명의 회사에 몰아주다 적발됐다.

정부는 이 같이 변칙증여 등의 수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3년 1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하고 시행해 왔다. 개정법은 세법상 증여의 개념을 일일이 규정하지는 못하는 사항에 대해 과세대상을 포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완전포괄주의 내용을 담았다.

감사원은 법에 따라 기재부와 국세청이 편법적인 부에 대한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증여세를 부과해 대물림을 차단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 주주들의 특수관계에 있는 자녀들이 소유한 비상장법인과 내부거래를 통해 재산을 증여하고 있는데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덧붙혔다.

이밖에 주식변동 사후관리 소홀로 인한 증여세 미징수, 특수관계인에 대한 상장주식 저가양도에 따른 양도세 부족징수, 감자에 따른 의제배당 익금산입 미적용으로 법인세 부족징수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같은 사례를 포함해 적발된 업체의 주주들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기재부와 국세청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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