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우려,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입법 포퓰리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여당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와 보수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률 중 핵심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류(하도급법)’ 등 세 가지다.

이 중 특히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은 17일과 19일 잇따라 열린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간 일부 쟁점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의 경우에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추진하되,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해 놓은 상황이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도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우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노력이지만 나중에라도 해가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연일 과도한 경제민주화 정책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 등도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상적인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거래는 증여세 폭탄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행령 개정에 정부가 즉각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 일각의 이 같은 우려에 재계와 보수시민단체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경련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경련은 경제민주화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나 재벌 총수의 사면권 제한, 계열사 간 거래 사실상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법안들은 기업 경영을 위축시켜서 결국 협력사의 경영 손해와 국민의 손실로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2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경제민주화에 적극 동참할 방침이나, 무리한 내용이 있는 부분은 정책 추진 방향보다 오히려 왜곡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어 국민경제 전체적 차원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 5단체 상임부회장단도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긴급회동을 가졌다. 경제 5단체는 “최근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반기업 정서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각종 경제ㆍ노동 관련 규제 입법은 기업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히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보수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보수 계열의 시민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5일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치권이 추진 중인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해 “제2금융권 전반으로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것은 전례도 없고 법률적으로도 위헌”이라며 경제를 정치 논리로 재단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사회 양극화의 모든 책임을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붙이는 입법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9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보수진영 모두가 한 목소리로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일부는 대선 공약인 만큼 흔들림 없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최근 “경제민주화를 포퓰리즘이라고 얘기하면 지난 대선에 당의 강령으로 약속하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 다 무엇인가”라며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천모임 간사인 김세연 의원도 “반대 주장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속도조절론은 실체가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국 중요한 것은 입법이 어떻게 추진되느냐 하는 것”이라며 “대선공약의 입법이 변경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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