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끝내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제공=포커스뉴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및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고령과 건상상의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2시 311호 중법정에서 열린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의 비리 사건 1심 선고심을 열고, 조석래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단체 봉사활동 120시간이 선고됐다.

♦ 징역 3년·벌금 1365억…탈세만 인정, 배임·횡령은 무죄

조석래 회장은 2003~2013년 효성 임직원과 친인척 명의계좌를 통해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를 누락하고 카프로 주식 취득 과정 등에서 중국 법인 자금 698억원을 유용, 싱가포르 법인에는 233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2014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조 회장의 비리혐의 규모는 모두 7939억원으로, 분식회계 5010억원·탈세 1506억원·횡령 및 배임 각각 690억원과 233억원·위법 배당 500억원 등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임과 횡령은 모두 무죄로 보고, 탈세 1358억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1506억원 중 1358억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조 회장이 조세피난처 등에 페이퍼컴퍼니 수십 개를 세우고 기계 설비 수출 값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 분식회계로 차명재산을 만들어 국외로 빼돌리는 등 대주주란 점을 악용해 회사를 사적 소유물로 전락시켰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등 조세를 회피하고 이를 반성하지 않는 등의 혐의를 적용해 조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 조 사장은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원을 구형했다.

한편 함께 기소된 장남 조 사장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효성그룹의 법인카드 16억5900만원을 법인자금으로 결제해 횡령하고, 부친 소유의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받아 70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횡령 혐의만 유죄로 봤다.

♦ 조석래 회장 측 "안타까워…항소심서 적극 소명"

조 회장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제공=포커스뉴스>

조석래 회장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조 회장 측은 재판 직후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고 개인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안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실형이 선고되어 안타깝다"며 "추후 항소심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 측은 "분식회계는 IMF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을 법정관리에 넣어 정리하고자 하였으나 정부와 금융권의 강요에 이를 정리하지 못하고 합병함에 따라 떠안은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오로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을 뿐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도 취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를 포탈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질적으로 국가 세수의 감소를 초래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변론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항소심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조세포탈에 고의가 없었고 은밀히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으며, 분식회계는 외환위기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 법원, 또 재벌 봐주기?…검찰, 항소할 듯

최근 CJ 이재현 회장 등 최근 기업 총수들의 범죄에 대한 엄중 처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긴 하지만 법원이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과 법원간 견해차가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직접 나서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지검장은 지난 11일 "손실 발생 사실이 인정됐는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 역시 '재벌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효성 싱가포르 법인이 조 회장 개인의 채무를 갚도록 해 회사에 23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가 된 채무가 조 회장 개인의 채무가 아니라 효성 회사의 채무였다"는 것이 무죄의 주된 이유였다. 즉 회사가 자기의 채무를 갚았기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채무에 대해 '효성 회사의 채무가 아니라 조 회장 개인의 채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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