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 편의점 생활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길”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퇴임 후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알바생으로 일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이후, 그가 생계에 부쳐 대형 로펌행을 선택했다는 소식이 나와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로펌행에 대해 ‘잘했다’는 칭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다산포럼 칼럼을 통해 김능환 전 위원장이 편의점을 떠나면서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고 밝힌데 주목했다.

송 교수는 이와 관련, “항산은 가축이나 농토와 같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재산을 뜻하고, 항심은 인간의 착한 본성을 뜻한다”며 “기본적인 재산이 없으면 백성들이 착한 본성을 잃고 온갖 죄를 범하게 될 것이니, 먼저 백성들의 기본 재산을 마련해주어야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그런 연후에야 천하에 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맹자는 항산이 없어도 항심을 가질 수 있는 자는 오직 선비 뿐이라 말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 같은 맹자에 따라 송 교수는 “그는 적어도 집도 있고 편의점도 소유하고 있다. 이만하면 기본적인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며 “그러니 항심을 지키기 위해 로펌으로 간다는 말은 맹자적 관점에서 보면 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를 선비로 보더라도 항산이 없어도 항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 역시 맹자의 본뜻과는 어긋난다”며 “그러므로 그가 편의점을 떠난 이유를 ‘무항산 무항심’ 때문이라 한 것은 맹자의 문맥에서는 설득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그렇다고 김능환 씨의 로펌행을 탓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며 “오히려 잘한 일이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전문적 지식과 경륜, 그리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그와 같은 사람이 편의점 아저씨로 생을 마친다면 이야말로 국가적 손실이 아니겠냐”며 “사실상 그는 애초에 편의점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그는 ‘다른 일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그것도 없고 평생 해왔던 영역에서 일을 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라 말했다”며 “그는 편의점 아닌 ‘다른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가 하려는 ‘다른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항산이 없었던 것이라 믿고 싶다”며 “그가 하려고 했던 ‘다른 일’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동내 서점을 운영하면서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일이라 믿고 싶다”고 소망했다.

송 교수는 “그래야 6개월간의 편의점 생활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편의점을 떠나면서 그는 ‘서민의 삶에서 꿈꾸던 만큼의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 앞으로는 ‘다른 일’을 하면서 그 보람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미래의 어느 날, 동네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무료 법률상담 봉사를 하고 있는 평범한 서민 김능환 씨를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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