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요약]

- 금융권 'CEO 연봉킹' 27억6338만원, 메리츠증권 알렉스 최 사장
- 제조업 'CEO 연봉킹' 150억원,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 메리츠증권, 실적의 최대 50%까지 인센티브

<출처=pixabay>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노력 및 성과에 대한 차별적 보상시스템일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회장님께서도 평상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으면 120% 노력하고, 50% 소유하고 있으면 50%만 노력하고, 20% 소유하고 있으면 5%만 노력한다. 이는 차별적인 성과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 차별적인 노력을 한다는 의미와 같다.

요즘 국내 중형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의 ‘인센티브시스템’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 CEO의 연봉이 27억원이며, 임직원들도 몇 억대 연봉자가 수두룩하다고 하다. CEO의 연봉이 27억원이면 대졸신입사원 100명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으로 돌아오는 ‘성과주의인센티브시스템’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는 금융회사 CEO 및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연봉이 ‘성과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연간 1000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1조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금융권의 ‘성과인센티브’는 이제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5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보면 금융업보다 제조업의 CEO 연봉이 훨씬 높다. 2015년 제조업 CEO의 연봉랭킹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5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시간당 745만원으로 애플의 팀쿡 CEO보다 많은 금액이다. 두 번째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으로 48억원을 기록했으며,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그룹에서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의장이 26억원으로 제일 높았다.

이 같이 CEO 연봉에서 제조업 우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조만간 투자은행(IB, 인베스트먼트뱅크)의 비즈니스가 본격화될 경우 금융업 CEO의 연봉이 제조업보다 몇 배나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금융산업은 상업은행(CB, 커머셜뱅크)보다 투자은행(IB, 인베스트먼트뱅크)이 중심에 있다. 투자은행(IB)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과가 없으면 보상도 없고, 성과가 크면 보상도 크다’이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을 통해 투자은행(IB) 중심으로 금융산업을 재편하고 있으나 속도가 느린 현실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금융산업 전반의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정부는 예대 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 중심의 원시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상업은행(CB, 커머셜뱅크)에 몇 십년동안 빚을 져 왔다. 자율경쟁이 제한된 상태(관치금융)에서 제조업 육성을 위한 자금지원 역할을 강요해 왔기 때문이다. 갑자기 금융의 국제화 및 선진화라는 구호 아래 투자은행(IB)을 급격히 키울 경우 1200조원 부동산 담보대출과 전통산업에 대한 기업대출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상업은행(CB)의 수익구조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

종합해보면 현재 일부 증권회사의 ‘성과인센티브’를 바라보는 은행원들의 심정은 복잡할 것이다. 국가가 상당부분 원인제공을 해놓고 이제 와서는 글로벌 금융경쟁력이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낮다는 주장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수행했던 막대한 역할을 뺀 너무나도 왜곡된 보도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은행(CB)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융후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제조업 및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금융산업이 중심산업으로 투자은행(IB) 중심으로 금융시스템이 옮아가 있는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아직도 수출중심의 제조업이 중심산업인 우리나라와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수평비교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급하게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미국 중심의 시각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개혁 스케줄'은 금융혁신과 함께 제조업과 부동산의 컨디션도 같이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SNS 기사보내기
키워드
#N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