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대중공업노조원들이 구조조정 중단 및 산업현장 안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조선업 불황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임금·단체 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등 강경투쟁을 예고한 반면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임금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현대중공업 노사는 10일 2016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한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울산 본사에서 권오갑 사장과 백형록 노조위원장 등 양측 교섭대표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상견례를 연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향후 교섭 일정을 조율하고 이번주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올해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에는 ▲기본급 9만6712원 인상 ▲성과급 250% 지급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연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폐지 ▲유급휴가일 확대 ▲노조가 정한 우수 조합원 100명 해외연수 실시 ▲치과보철료 연 50만원 지급 등 복지혜택이 포함됐다.

또 노조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등의 요구안도 담겨있다. 노조는 퇴사자 수만큼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자동충원제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회사가 위기 상황인만큼 기존에 제공됐던 각종 혜택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측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폐지 ▲월차유급휴가 폐지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폐지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 폐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근로 실시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지난 4일 임·단투 승리 출정식에서 "경영위기를 내세운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과 개악안을 깨부수고 임·단투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사측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요구안이 적용이 되면 올해만 4000억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며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강경한 현대중공업 노조와 달리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가장 먼저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고용 보장을 조건으로 한 임금 동결을 사측에 제시했다. 이는 기본급 0.5% 인상에 1인당 격려금 250만원 지급을 합의했던 지난해 임단협 타결안보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형식적인 소폭의 임금 인상보다 사실상 고용 보장을 확약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정년퇴직과 상시 희망퇴직을 통해 1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해왔다.

특히 최근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주채권은행이 삼성중공업에 자구안을 요구함에 따라 노동자협의회로선 고용 보장이 더욱 시급해졌다. 임금 동결로 직원들도 고통을 분담할 테니 일자리를 보전해달라는 제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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