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악의적 기업에 물리려는 1인당 11억원에도 한참 못미쳐

지난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제2의 옥시를 막자-가습기살균제사고 기업 현장조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옥시레킷벤키저가 3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피해자들은 "돈으로 입 막으려는 술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옥시가 이날 발표한 최종 배상안은 정부의 1차, 2차 조사를 통해 1등급, 2등급 판정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과 수차례 진행한 논의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배상 신청 접수는 8월 1일부터 진행된다.

배상안을 보면 옥시는 피해자의 과거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등을 배상하고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최고 3억5000만원(사망시)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영·유아와 어린이의 사망·중상 사례는 일실수입 계산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금을 총액 기준 10억원으로 일괄 책정(위자료 5억5000만원 포함)하기로 했다.

경상이거나 증세가 호전된 어린이일 경우에는 성인처럼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을 따로 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옥시는 한 가족 내 2명 이상 피해자에 대한 배상 신청이 이뤄진 경우엔 5000만원 배상을 제안했다. 또 아직 회사 측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피해자의 경우 신청자에게 잠정 지원금 5000만원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옥시의 이같은 배상안 발표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31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돈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국회 국정조사위원회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옥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피모 등은 배상 피해자의 범위가 1단계, 2단계 피해자에 한정된 점에 대해서도 "반쪽짜리 배상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타장기영향, 기저질환영향, 태아영향, 만성질환 등의 판정기준이 보완돼 3단계, 4단계 피해자들이 1단계, 2단계로 대폭 수정될 경우에도 추가적인 배상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이런 조치가 나오기 전에 옥시가 선제적으로 3단계, 4단계 피해자들 모두를 (배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옥시가 진정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원한다면 우선 한국검찰을 조롱한 거라브 제인 전 사장을 소환조사에 응하게 해야 한다"며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영국본사 라케시 카푸어 CEO와 패티오헤이어 홍보담당책임자를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옥시가 밝힌 위자료 액수는 법원이 앞으로 악의적으로 사람 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준 기업에 대해 물리기로 한 위자료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7월 전국의 민사 담당 판사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기업의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거나 피해자가 아동이거나 장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1인당 최대 11억2500만원까지 위자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가을쯤 이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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