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사회 통념상 합리성' 갖추면 가능"…민간기업으로 성과연봉제 확산 추진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수도권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의 노동법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정부가 성과연봉제 확산의 최대 걸림돌인 노조 동의 없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만 있으면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노동계는 노동법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17일 현장 노사가 임금체계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발간해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과 방법을 제시했다. 

◆ 연공성 완화하고 직무·능력·성과 등의 비중 확대해야

먼저,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은 연공성을 완화하면서 직무·능력·성과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임금체계 개편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이드북에서는 업종, 규모, 문화 등 기업의 여건, 근로자들의 선호 등 사업장의 여건에 맞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직무급, 직능급, 역할급 등 전형적인 방법 외에도 차등승호제, 성과연봉제 등 연공성에 성과주의를 가미하는 다양한 개편 방법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호봉제 비중은 2009년 72.2%에서 지난해 65.1%로 낮아졌지만, 아직은 호봉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이다.

직무·직능급이나 연봉제를 도입한 사업장도 많지만, 실제로는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다. 진정한 의미의 성과 중심 임금체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고용부의 판단이다.

그 결과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수준은 3.3배에 달해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1.7배)이나, 우리와 임금체계가 비슷한 일본(2.5배)보다 훨씬 높다.

이러한 연공 중심 임금체계로 대기업의 고액 연봉 체계가 굳어져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대기업 정규직의 49.7%에 불과할 정도로 노동시장 격차가 확대됐다고 가이드북은 지적했다. 

◆ "'사회 통념상 합리성'으로 임금체계 개편 효력 인정돼"

개편과정에서는 근로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 등 공감대 형성이 성공적인 개편을 위해 특히 중요함을 지적하고 개편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취업규칙 변경 또는 단체협약 개정과 관련된 상황별 다양한 법적 쟁점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도 제공하고 있다. 

가이드북은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노조가 끝내 임금체계 개편을 거부할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가이드북은 근로자 과반수나 노조 동의가 없더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임금체계 개편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타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조 등과의 충분한 협의 ▲동종 사항의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을 제시했다.

임서정 노사협력정책관은 "가이드북이 임금체계 개편에 이해도를 높여 성공적으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정부는 이번 가이드북을 비롯해 직급·직종별 임금수준 등 임금정보를 제공하고, 사례발표대회·토론회 등 노사가 임금체계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 노동계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모호한 기준…법률투쟁 나설 것"

노동계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노동법에 규정된 사안인데, 이를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뒤엎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 김준영 대변인은 "법원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인정하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기준을 마치 보편적인 기준인 것처럼 제시한 것은 행정부의 '월권'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가 불법으로 성과연봉제 확산을 꾀할 경우 소송 제기 등 법률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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