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정보의 홍수에서 살고 있는 현재 인터넷에 자신이 올린 글이나 사진, 개인정보 등은 지금도 제3자에 의해 재생성되고 퍼날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이같은 정보들을 남용·악용해 사생활 침해 등의 사례가 증가하면서 법적인 부분부터 윤리적인 부분까지 사회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대두된 것이 '잊혀질 권리'인데 그 대상 및 적용범위의 혼란이 있는데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잊혀질 권리는 '알권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보통 정보 주체가 온라인에 자신과 관련돼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한 삭제 또는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어떤 가치로 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유럽은 '잊혀질 권리'에 대한 근거로 프랑스의 법률에서 찾을 수 있는 '망각될 권리(le droit à l'oubli)'를 들기도 한다. 이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사회로 다시 복귀하는 것을 돕기 위해 투옥되었거나 죄를 저질렀다는 등의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권리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범죄사실의 기록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한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 '의회는 표현의 자유 및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전통적으로 프라이버시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 가치로서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가치가 있지만 표현의 자유, 알권리 등의 다른 가치와 충돌된다는 맹점이 있다. 이는 언론이나 포털사이트가 잊혀질 권리 확대에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다. 개인이 인터넷이나 언론매체 등에 기록된 개인정보를 잊혀질 권리를 주장함으로서 지울 수 있게 된다면 과거의 기록을 삭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구글이 사적 정보가 아닌 기사 링크를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하자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BBC방송은 2007년 로버트 패스턴 기자가 쓴 메릴린치투자은행의 전 CEO 스탠리 오닐에 대해 쓴 블로그 링크가 구글에서 삭제됐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을 보도했고, 패스턴은 "구글은 왜 내가 취재한 것들을 죽이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어렵고 역설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없는 시대, 또는 없어도 되는 시대로 가야 한다"며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언"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저서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한 번 올린 사진, 동영상, 댓글 등의 기록을 완전히 삭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라며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삭제 버튼이 삭제된 시대"라고 언급했다.

◆ 적용 대상의 정의, 개인정보의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해 그 연장선에서 '잊혀질 권리'를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의 범위 논란도 여전히 남아있다. 잊혀질 권리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잊혀질 권리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삭제 대상이 되는 정보는 크게 생산자에 따라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 ▲자신이 생산한 것을 다른 사람이 다시 게시한 것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이 생산한 것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를 다시 '잊혀질 권리'로 보면 ▲자신이 직접 생산한 정보를 삭제하고 잊히도록 하는 권리 ▲다른 사람이 재게시 또는 생산한 정보를 삭제하고 잊히도록 하는 권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체요청권 가이드라인'은 자신이 게시한 글에 대한 접근 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6월부터 시행 중이다.

문제는 자기 게시물에 한정해 후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보장된 바가 없는 것이다. 즉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타인의 게시물을 통해 본인의 정보가 열람되는 경우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법에 의해 보존 필요성이 있는 경우와 언론 기사 등 게시물이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접근배제 요청이 거부될 수 있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에 그쳐 법적 구속력이 미미하다.

모든 삭체 요청을 수용할 경우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포털서비스 업체들의 반발과 함께 '알권리'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반쪽짜리 '잊혀질 권리'만 인정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방통위의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은 자기 게시물에 한해서만 잊혀질 권리를 현실화 하는 것"이라며 "유럽의 잊혀질 권리 논의에 비해서는 매우 후퇴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실장도 "가이드라인이라는 용어는 법률에서 정한 대원칙에 대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경우 제공되는 세부적인 지침 개념"이라며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와 후자의 경우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정책은 바로 '임시조치' 제도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 정보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이 인정되는 경우에 피해 당사자가 포털 등에 30일간 해당 정보에 대한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자신의 게시물 뿐만 아니라 제3자가 게시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권을 명문화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삭제요청시 그 판단권은 '정보통신망서비스제공자'에게 부여하고 있고, 타인의 권리 침해와 침해사실에 대한 소명을 직접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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