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신문=김인영 기자) 금융실명제 이후, 희대의 파격적 금융정책으로 일컬어지는 안심전환대출(이하 안심대출)이 막을 내렸다. 3차에 걸친 앙코르 공연은 없었다. 대출실적 최종 집계결과 총 33.9조원이 공급되었으며, 34만5천명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는 혜택을 누렸다.

 
 
안심전환대출은 정부의 출시 발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중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3.6%) 보다 1% 가량 낮고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를 적용함에 따라, 이번 대출을 통해 2억원을 20년만기 분할상환 할 경우 6천만원 상당의 이자지출 감소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듯 정부가 준비한 20조원은 출시 4일 만에 동이 났다.
 
그러나 2차 신청결과는 달랐다. 자영업자는 휴업을 하고, 직장인은 연차를 내며 은행 개점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던 1차 선착순 신청방식과는 달리 2차는 일괄접수 후 승인방식으로 변경됐다. 결국 대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심이 신청희망자들의 머리를 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가로 마련한 20조에서 6조원이 남은 채로 안심대출 열풍은 지나갔다.
 

▶ 국민들은 안심했나?

언론의 시선을 싸늘했다. ‘근심대출’, ‘환부 놔두고 겉상처만 치료’, ‘언발에 오줌누기’, ‘양날의 검’과 같은 비판이 줄을 이었다.
 
공통적으로 지적된 사항은 바로 대출의 형평성이다. 안심대출은 최근 6개월간 연체가 있거나 기존에 고정금리로 원금과 이자를 같이 상환하는 경우, 매매건, 신규자담건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 제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때문에 실제 가계부채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서민층 대상의 대출이 아니라, 원금 상환능력이 있는 중산층 중 상위계층 이상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냐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또한, 채무상황과 소득 수준을 고려치 않고 집값과 연체유무로만 자격을 제한하면서, 소득이 높고 투자를 위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상위계층에게 이자를 낮춰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금융위가 1차 대출신청자 1만명에 대한 소득수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연봉 4,100만원 이상의 사람들만이 대출전환 혜택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제2금융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소득이 낮아 전·월세를 전전하고 있거나, 저축은행 등에 높은 이자를 내며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 정부는 안심했나?

정부의 안심대출 취지는 가계부채 증가 없이 대출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에 있었다. 처음부터 갚아 나간다는 금융관행 개선 목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기 때문에 대출신청자의 소득수준 고려를 유도하여 능력범위 내의 대출을 시도케 했다는 것.
 
또한 미국이 올 하반기 금리인상 계획을 밝힌 가운데 국내 금리인상도 예상되는 바, 고정금리의 적용으로 이에 대한 이자부담이 덜 전망이다. 정부는 분할상환의 특성에 따라 매년 약 1조원 수준의 가계부채 총량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모든 사항이 원금과 이자가 잘 상환된다는 전제가 있을 때다.
 
7~8일 사이에 대출을 위한 40조원이 시장에 공급됐다.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안심대출의 실질적 부담은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에 있다. 은행은 대출액 전액을 주금공에게 양도하고 대신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안심대출 재원은 MBS 발행을 통해 충당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2차례에 걸친 대출액 공급으로 안심대출 MBS발행 규모가 40조원 규모로 팽창했다. MBS발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안심대출 한도의 확대로 주금공의 MBS발행 물량이 한도액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한국은행과 기재부, 국민주택기금 등의 추가 출자를 통한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증자가 실시되면 정부의 세금이 사용되는 만큼,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게 된 것이다. 
 

▶ 은행은 안심했나?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시중의 은행들은 안심대출 판매액만큼의 MBS를 떠안게 됐다. 이중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이 전체 안심대출의 80% 이상을 취급했다. 이처럼 주요 은행에 취급 비중이 쏠린만큼 이들의 MBS보유 리스크도 확대된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34조원에 달하는 MBS를 1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토록 한 것도 은행권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권 초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안심대출까지 실시하면서 은행권의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국민들의 부채 관리에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상황은 금융시장 등 자본주의의 미덕을 해하는 행위로 느껴질 정도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금융 노조는 이번 40조 안심전환대출 공급으로 인해 증권업계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은행권과 생각이 다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중은행이 수익으로 얻는 예대 금리 차이는 연 0.2∼0.3%p(포인트) 수준으로 금융 당국은 기존 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바뀌더라도 대출 취급 시점에 약 0.2%p의 이자마진이 예상되고, 그 후로도 매년 0.1∼0.2%p의 마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도 가계부채가 장기분할과 고정금리로 진행되면 안정적 상환이 가능해져 은행권이 절대 손해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안심대출의 실질적 수혜자는 은행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금융전문가는 “대출의 실질적 부담은 주금공에 있고, 은행은 고정금리를 보장받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원금상환이 이뤄지는 만큼 미래에 회수해야하는 현금의 현재가치(PV)가 상승하여 오히려 은행권이 이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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