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기준으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350만원만 있으면 90개 상장 지주회사 소속 1188개 회사 임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다중대표소송 도입 관련 상법개정안 중 노회찬 의원과 이훈 의원의 법안은 단독주주권을 소송 요건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주식 1주만 있어도 소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중대표소송제도란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한경연 주장에 따르면 노회찬 의원 안에서 소송 가능한 계열사는 '사실상 지배회사'이기 때문에 상장 지주회사 시가총액 184조원의 0.000002%에 해당하는 금액(350만원, 11월 13일 기준)만으로 90개 상장 지주회사 소속 1188개 전체 계열회사 임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6만8100원(11월 13일 종가 기준)인 ㈜LG 주식 한 주 만 있으면 모든 계열회사(65개)의 임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공=한국경제연구원]
[제공=한국경제연구원]

채이배 의원 안의 경우 1억2000만원만 있으면 ㈜LG 자회사 중 13개에 소 제기가 가능하다. 또 김종인 의원, 오신환 의원, 이종걸 의원이 발의하고 법무부가 지지하고 있는 '상장 모회사 지분 0.01% 이상 보유' 및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50% 이상 보유' 안을 적용하면 184.4억원으로 90개 상장 지주회사의 자회사 중 72.1%(408개)의 기업에 다중대표소송을 할 수 있다.

20억원만 있으면 자산규모 453조원 규모(지난 6월말 기준)의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14개에 소제기가 가능해 적은 금액으로 자산 수백조원 규모의 금융그룹을 흔들 수도 있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한경연은 노회찬 의원 안과 채이배 의원 안의 경우 장부열람권 조항도 포함돼 기업에게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 안의 경우 모회사 주식을 1주만 갖고 있어도 모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의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하다. 지주회사의 몇 만원 짜리 주식 1주만 갖고 있어도 그 자회사의 장부를 모두 열람할 수 있는 것이다. 장부는 기업의 원가정보, 거래관계, 장기사업계획, R&D 세부현황을 모두 담고 있어 장부를 열람한다는 것은 기업의 기밀을 보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 경쟁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할 경우 지주회사의 주식을 한 주 구입한 후 자회사의 기밀을 모두 엿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해외 석유화학 또는 배터리 업체가 27만1500원(11월 13일 종가 기준)으로 (주)SK 주식 한 주를 산 후 SK이노베이션의 회계장부를 열람해 SK이노베이션의 기밀을 빼낼 수 있다.

채 의원 안의 경우에도 각각 1.9억원(11월 13일 종가 기준)만 있으면 SK이노베이션의 장부 열람이 가능하다. 해외의 경쟁회사는 우리 기업의 기밀을 빼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은 지분으로 소송을 다수 제기하여 경영활동을 방해할 수도 있다.

다중대표소송 관련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 비교. [제공=한국경제연구원]
다중대표소송 관련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 비교. [제공=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은 대표소송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상법상 기본원칙인 법인격 독립의 원칙을 부인해가며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을 명문으로 입법화한 나라는 전세계에 일본밖에 없고 미국, 영국 등은 판례로 인정하지만 완전 모자회사 관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험적인 입법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기업에게 또 하나의 족쇄가 될 것"이라며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제도를 도입할 때는 제도 도입이 미칠 영향이나 다른 나라에 보편적으로 도입되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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