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학장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다
투자를 시작할 때 이것만은 꼭 기억하라.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어떤 일에 소위 ‘도가 통한다.’라는 말을 들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쏟아야 할까? 도를 통했다는 말은 전문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통해 어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하루에 8시간 주5일 1년 동안 시간을 쏟으면 2,080시간이다. 그러니까 1만 시간을 채우려면 꼬박 5년이 필요하다.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일이 아니어서 하루 4시간 정도를 투입한다면 10년이 걸려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투자의 세계는 어떨까? 투자 역시 상승과 하락, 환희와 좌절을 여러 번 겪어 봐야만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성공한 투자자가 되려면 투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부가 필요하다.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을 이야기했다면 필자는 100권의 책을 필요조건으로 말하고 싶다. 투자 분야의 거장들이 남긴 경험과 교훈을 담은 100권의 책을 읽는다면 당신은 분명히 성공하는 투자자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투자에 관통하기 위하여 100권의 책을 한권씩 읽어보기로 하자.

◇현명한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 지음, 제이슨 츠바이크 논평, 박진곤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투자에 관한 이야기는 ‘워렌 버핏의 스승’이자 ‘월스트리트의 학장’이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채권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투자회사 그레이엄-뉴먼사를 직접 운영했으며, 모교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투자자이자 학자이다.

그레이엄 이전에 펀드매니저들은 미신이나 어림짐작 또는 비밀의식 같은 것을 따르는 중세의 길드(동업조합)처럼 행동했다.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은 이러한 케케묵은 모임을 현대적인 직업으로 변화시킨 교과서였다. -제이슨 츠바이크

츠바이크의 평가처럼 그레이엄은 현대투자이론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으며 그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며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성경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은 1949년에 초판이 출판되었으니 벌써 70년이 흘렀다. 이 책이 나오기 15년 전에 그레이엄과 도드(David Dodd)가 발간한 <증권분석(1934)>에서 투자의 기준을 제시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좀 더 쉽게 쓴 투자지침서이다. 그레이엄은 투자와 투기의 개념에서부터 방어적인 투자자를 위한 지침, 적극적인 투자자들 위한 접근법, 일반투자자를 위한 증권분석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

투자는 철저한 분석 하에서 원금의 안전과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이다. 현명한 투자가 있는 것처럼 현명한 투기도 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투기가 더 많다. 주식투자에서 투자와 투기의 구별은 항상 필요한 것이며 그것을 구별하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일반적으로 투자(invest)와 투기(speculation)를 구분 짓는 기준은 투자의 기간이나 기대수익률, 기초자산의 건전성, 투자자산에 대한 이해도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그레이엄의 기준은 얼마나 지적이고 심플하며 담대한가. 투자자는 항상 투자와 투기를 구분해야 하고 또한 투자와 매매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최선의 방어가 최고의 공격이다

그레이엄은 이 책에서 주식투자의 장점과 일반적인 증권분석 방법, 주주와 배당정책 등 투자를 위한 많은 제언을 다루고 있지만 가장 확고히 하고자하는 말은 방어적인 (혹은 소극적인) 투자자가 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반투자자들이 전문투자자들에 비해 투자에 쏟을 수 있는 지적인 노력과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주식시장의 주가 변동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은 투자전문가들의 규칙과 방법으로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방어적인 투자의 첫 번째 강조점은 항상 채권과 주식을 일정비율로 함께 보유하라는 것이다. 채권과 주식의 편입비율은 50대 50으로 하거나 투자자의 판단에 따라 최대 75%에서 최소 25%사이에서 변경할 수 있다. 그레이엄은 전체 자산의 75%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주식에 집중시킨다면 주가상승 시에 환호하고 주가하락 시에 우울해지는 등 삶의 평온한 상태를 잃어버리기 쉽다. 반면 채권에만 투자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바구니 안에 주식과 채권을 나누어 담아야 한다.

보수적 투자자를 위한 제언

보수적인 투자자자들을 위한 주식선택의 4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지나치지 않게 적절히 분산투자하라. 최소10개~최대 30개. 2)대형회사이면서 전망이 밝으며 보수적으로 자금운용을 하는 회사. 3)오랫동안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회사.(최소 10년간 지속 배당을 하고 있는 회사) 4)과거 약 7년에 걸친 평균이익을 고려해 매수가격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레이엄은 매수가격이 7년간 평균이익의 25배(PER 25), 지난 12개월간 이익의 20배(PER 20)를 넘지 않을 것을 권한다.

매월 일정액씩 주식을 매입하는 정액매입법은 좋은 방법이고 종목을 선정하기 어렵다면 인덱스펀드를 통해 시장전체를 사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다.

적극적인 투자자를 위한 제언

적극적인 투자자라 할지라고 두 가지 투자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투자의 건전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증을 거쳐야 하며 둘째, 대부분의 투자자나 투기자가 추구하는 전략과는 달라야 한다.

적극적인 투자자를 위한 세 가지 추천분야는 다음과 같다. 1)비교적 인기 없는 대형회사: 일시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진 회사의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형회사에 집중해야 한다. 2)할인종목의 매수: 분석결과 거래 가격보다 상당한 가치가 더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투자하라. 한 종목의 내재가치가 가격보다 최소한 50% 더 많지 않은 경우는 진정한 할인이 아니다. 3)특수상황 혹은 워크아웃: M&A 대상이 되는 소형기업, 파산했지만 재기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 소송에 휘말려 주가가 하락한 회사 등.

안전마진

불규칙적이고 광범위한 주가변동에서 일반투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레이엄 투자철학의 핵심개념인 안전마진(safety margin)이다.

안전마진이란 가격과 평가가치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안전마진은 혹시 잘못될 수 있는 예측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며 주가하락의 역경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피난처가 된다. 그레이엄에 따르면 안전마진은 수치로 표현 될 수 있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실제경험에 의해 증명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안전마진이란 가치보다 싸게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럼 얼마만큼 싸게 사면 되는것일까? 일반적으로 물품을 구입할 때 10% 가량 할인하면 제값 주고 사는 것에 비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대표적으로 도서구입은 10% 할인이 일반적이다. 30%쯤 할인한다면 솔깃하고 주변에 자랑할 만하다. 50% 할인(반값)이라면 빅세일(big sale)이다.

가치투자자들은 ‘1달러 짜리를 50센트에 사는 것’이란 말로 가치투자와 안전마진의 개념을 흔히 정의한다. 같이 물건 사러 가면 얼굴 붉히고 욕 들어먹기 딱 좋은 지독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가치투자자)의 신조이다. 진정한 할인은 최소 5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문제는 싸게 사려면 가격과 비교할 수 있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그레이엄의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보다 현대적인 방법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쨌거나 투자자라면 기업의 가치에 대해 전반적인 추정을 할 수 있는 지식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투자에 대한 최고의 지침서

출간된 지 70년이 지난 책이 아직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만하다. 오늘도 서점의 재테크 코너에 가보면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수많은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과연 7년을 버틸만한 책이 얼마나 될까? 하물며 70년이겠는가?

그레이엄이나 버핏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처럼 투자는 IQ나 통찰력 혹은 투자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태도의 문제다. 이 책은 투자를 미신에서 분석으로 이끌어낸 지적인 시도임과 동시에 투자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최고의 지침서이다. 투자자라면 가장 처음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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