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동료이자 정신적 지주 '찰리 멍거'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잘 아는 기업에 집중투자하라

성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 '해자(moat)'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

세계적인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총회는 두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당연히 한 사람은 버크셔의 CEO 워렌 버핏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버크셔의 부회장 찰리 멍거(Charlie Munger)다.

찰리 멍거(본명은 Charles Thomas Munger)를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라는 수식어로만 소개하는 것은 그를 너무나 저평가하는 표현이다. 사실 오늘의 워렌 버핏이 있기 까지는 투자의 동반자 멍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멍거는 버핏과 같은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 출신이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하버드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투자자였던 멍거는 고향인 오마하에서 버핏과의 운명 같은 만남 후 버핏과 함께 투자자로서 동업의 길을 걷게 된다.

멍거(1924년 생)가 버핏(1930년 생)보다 여섯 살이 많긴 하지만 둘은 동업자이자 친구이다. 그런데 버핏은 그를 동료이자 정신적 지주라고 부른다. 버핏이 그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을 뛰어 넘어 가치투자의 영역을 확장하도록 이끈 인물이 바로 멍거이기 때문이다.

멍거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의 원칙을 기본적으로 추종했지만 그 한계에 대해서도 인식했다. 멍거와 버핏의 말을 차례로 들어 보자.

“벤 그레이엄에게는 맹점이 있었습니다. 일부 기업은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과소평가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찰리 멍거

“그레이엄의 가르침과 달리 찰리는 염가주식만을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점이 그가 내게 미친 가장 큰 영향입니다. 그리고 그 말이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 주었습니다.”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

-트렌 그리핀(Tren Girffin) 저, 홍유숙 역, 처음북스

찰리 멍거에 대한 책은「Poor Charlie's Almanack」이 가장 대표적이다. 멍거의 투자에 대한 생각과 강연내용 등을 자세히 수록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번역 되지 않았다. 국내에 번역된 책 가운데 트렌 그리핀의 책「워렌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 찰리 멍거(원제 Charlie Munger: The Complete Investor)」를 통해 그의 투자철학을 간략이 정리해 보자.

아는 것에 투자한다

멍거는 수많은 사업가운데 자신들이 잘 알 수 있는 분야로 투자대상을 압축한다고 이야기 한다. 기업에 대해서 분석하다가 잘 이해 할 수 없다면 과감히 투자대상에서 제외시킨다. 버크셔가 기술주에 대해 거의 투자하지 않는 것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세 개의 바구니-가져갈 것, 버릴 것, 너무 힘든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굉장한 직관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개부분은 ‘너무 힘든 것’ 바구니에 주저 없이 넣어버려야 한다. -찰리 멍거

사실 우리는 버핏을 통해 이 같은 버크셔의 투자원칙을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사실 버핏과 멍거는 투자에 있어서는 거의 ‘샴 쌍둥이’처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신적 격자모형(lattice of mental models)

멍거의 투자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정신적 격자모형’이라는 것이다. 멍거는 투자의 지혜를 얻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사회, 경제 모형을 격자 모형으로 촘촘히 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른바 종합적인 투자판단이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영경제지식 뿐 아니라 철학과 사회과학, 때론 자연과학의 법칙과 원리까지 꿰뚫고 있어야 하며 이를 적절히 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멍거와 버핏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멍거는 ‘걸어다니는 네발 달린 책’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멍거는 버핏과 자신이 얼마나 책과 자료를 읽어대는지를 사람들이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한다. 멍거가 한 쪽 눈을 실명한 것도 이 같은 읽기에 대한 욕심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투자를 위한 여덟 개 변수들

(1)사업의 내재가치를 판단하는 것

버핏은 “내재가치를 한 개의 숫자로 집어낼 수는 없지만 반드시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재가치를 계산할 때 버크셔는 장기 30년물 미국 국채이자율을 무위험 이자율로 사용한다. 멍거와 버핏은 주당순이익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니라 ‘주주이익의 관점’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요하게 여긴다.

(2)적정한 안전마진을 결정하는 것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은 대체로 주가가 가치보다 2/3이하에서 거래될 때는 안전마진을 확보한 것으로 본다. 버핏과 멍거는 내재가치보다 25퍼센트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만 자산을 매입한다. 이른바 안전마진이 25%인 셈이다.

(3)투자자의 능력범위를 파악하는 것

멍거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능력범위를 파악하고 투자한다는 것은 결국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버핏과 나는 잘 알고 있는 회사와 산업만 바라본다. 재능과 시간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잘 배분해서 써야 한다.”

(4)각각의 주식을 얼마나 매입할 것인가

멍거와 버핏은 집중투자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버핏은 이와 관련해 ‘대중을 따르는 것은 평균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정말 좋은 기업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싶어서 이다. 멍거의 말이다. “투자할 만한 좋은 주식을 찾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몇 개의 선택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각이다.”

(5)언제 매도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버크셔는 내재가치가 우량한 좋은 주식을 매입해 장기투자 하는 방식을 따른다. 현재 버크셔는 운용사가 아니라 투자회사이기 때문에 사업을 통째로 혹은 상당부분을 매입한 뒤 사실상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위해 매수매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인수해 발생하는 이익을 취하고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다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6)좋은 주식을 찾았을 때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

멍거는 상황이 확실하게 유리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움직인다. 그러나 흔치 않게 유리한 상황이 오면 크게 돈을 건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비중으로 얼마의 기간 동안 주식을 매수하는지에 대해서는 책에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멍거의 말을 들어보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느리게 행동하다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7)투자대상 사업 평가하기

버핏은 한 때 성장주 투자의 기초를 다진 필립 피셔에게서 15%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피셔에 이어 멍거까지 버핏에게 투자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조언함으로써 버크셔는 순수한 벤 그레이엄의 접근방식에서 상당히 멀어졌다. 무조건 싼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멍거의 말이 이들의 투자접근 방식을 잘 말해 준다. “끝내주는 사업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 적정한 사업을 끝내주는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

(8)소유할 사업을 결정하기

이 부분이 버크셔의 핵심전략을 말해준다. “우리는 경쟁 우위가 오래 가는 사업을 원한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있는 사업을 할인된 가격이나 적정가격에 매입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진입장벽’ 혹은 ‘경제적 해자’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버크셔는 한 개의 사업을 하나의 성을 간주한다. 그리고 그 성의 가치는 성을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해자(moat)가 얼마나 튼튼한지에 달려 있다.

해자(Moat)

이전까지의 가치투자자들은 성장가치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성장가치를 중요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버핏과 멍거는 이 지점에서도 반전을 이루어냈다. 성을 보호하는 연못의 역할을 하는 이른바 ‘해자’가 있는 기업들을 보유함으로써 장기성장의 가능성을 확보했다.

경제적 해자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해자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다. 매우 간략히 요약하면 경제적 해자를 제공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공급 측면의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수요측면에서의 규모의 경제(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정부 규제, 특허와 지적재산권. 해자를 가지고 있고 이를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을 발견하는 투자자는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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