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100권의 책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프레드 쉐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오래전 어느 날, 다른 도시에서 온 한 방문객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경이로운 뉴욕 금융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이 맨해튼 남쪽 배터리 공원(Battery Park)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 중 하나가 정박 중인 멋진 보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저 배들이 바로 은행가와 주식중개인들의 요트랍니다."

그러자 순진한 방문객이 물었다.

"그러면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이 이야기는 월가(Wall Street)로 대표되는 금융시장의 탐욕과 금융기관들의 부조리한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회사 등 모든 금융기관들이 ‘고객이 왕’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고객은 봉’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도 고객들이 증권사 추천종목을 믿고 열심히 매매하면 할수록 금융기관과 주식중개인들의 요트만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보다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꼭 읽어봐야 할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개인적으로 앞부분을 읽을 때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대공황(1930년대)을 전후한 미국 증권시장을 기반으로 쓰여 진 책이어서 아무래도 시대적인 간극이 존재한다. 금융기관의 이익추구 행태와 금융인들의 모럴해저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터라 새로울 것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책은 금융시장의 부조리와 금융인들의 탐욕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옷깃을 여미고 반추해 볼 만한 내용들이 많다. 결국 멋진 요트를 살 수 없는 이유는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투자는 잘못된 조언의 문제가 아니라 확고한 투자철학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프레드 쉐드 지음, 김상우 옮김, 부크온

(Where are the customer's yachts? 1940)

이 책은 1940년에 미국에서 초판이 발행됐으니 꽤나 오래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다.

예언에 열광하는 사람들

주가 예측은 답이 없는 도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원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증권사들은 투자전망을 쏟아 내고 전망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거래를 유발하며, 따라서 증권사는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현금공포증 환자들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저자는 이를 ‘현금공포증’이라고 명명했다.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해야 하는데 많은 투자자들은 오히려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불안해하고 불편해한다. 왜 그럴까?

“현금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아무리 짧은 기간이라도 주식계좌에 상당한 현금을 쌓아두고는 견디지 못한다. 주가가 오르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최고의 증권’에 존재하는 함정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운용회사, 주식중개인과 투자상담사, 일반 투자자는 여러 모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금의 운용규모와 전문성 등에서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당시 ‘최고의 증권’이라고 불리는 유망주식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인기 있는 증권을 사는 버릇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 같은 행태는 매수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안 ‘과연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고 묻는 사람은 소수의 사려 깊은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누가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하고 있는가’를 물은 후 ‘그놈이 누구인지 밝혀내라’고 외친다.”

붐(Boom)에 대한 갈망

투자자들은 강세장을 갈망한다. 하지만 강세장은 기다린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충분히 기다릴 시간을 주지 않고 ‘휙’ 지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붐(Boom)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면, 우리 모두는 결과적으로 붐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또다시 새로운 붐(Boom)을 갈망한다. 또 다른 붐이 오면 ‘이번에는 어떤 손해도 보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곳곳에 만연한다. 그것은 지난번 붐에 아주 바보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인간 심리를 꿰뚫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옳은 말을 하면 불편한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사실이기 때문에...

투자자문사의 조언

이 책에는 마치 이솝우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우화들이 많은데 한 가지만 더 소개한다.

거액을 투자자문사에 가져갔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온 한 남자가 있었다.

“투자자문사에서 뭐라고 하던가?”

친구가 물었다.

“모든 자산을 팔아서 3,500달러만 남기고 전부 국채를 사라고 하더군.”

“남긴 3,500달러는 뭘 하라는 거야?”

“자문 수수료로 달래.”

웃다가 뒤로 넘어갈 뻔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슬픈 건 이 이야기가 일정부분 사실이기 때문이다.

프레드 쉐드의 조언

<작지만 훌륭한 투자 조언>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저자(프레드 쉐드)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주식시장에 붐이 한창일 때, 모든 사람이 주식을 사러 모여들 때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라. 단언컨대 여러분이 판 주식은 더 상승할 것이다. 그래도 신경 쓰지 마라. (중략) 주식시장 침체가 국가적인 재앙수준에 이르렀을 때 가지고 있던 채권을 팔고 다시 주식을 사라. 분명 여러분이 주식을 산 후 에도 주가는 더 떨어질 것이다. 신경 쓰지 말고 다음 붐이 올 때를 기다려라.”

“여러분이 살아 있는 동안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라. 그러면 여러분은 부자로 죽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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