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세계경제 회복의 4가지 근거
경기회복과 경기하강 요인 힘겨루기 중

앞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세계 주요 기관들은 내년 이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4가지 관전포인트를 통해 향후 경제에 대한 판단을 해보기로 한다.

통상 경기는 오를 때나 내려갈 때나 일정한 추세가 있기 마련이고 또한 이를 선행하는 지표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앞으로 세계경기를 살펴 보는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한다. 즉 다음과 같은 점들이 글로벌경제가 올해를 바닥으로 내년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부담을 갖게 하는 현실적 요인들이다.

성장을 주도할 지역이나 국가 찾기 어려워

첫째는 세계경제가 내년부터 상향 조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국가나 지역이 딱히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인도와 몇몇 남미국가, 소수 석유 생산국을 제외하고는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 가면서 실물경기가 크게 개선될만한 지역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머징 유럽경기가 2020년에 회복된다고는 보고 있지만 독일, 이태리 등 유럽 선진국의 경기둔화 속에 유럽 신흥국 경기만 크게 돌아선다고 보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약하다. 한편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중국의 경기둔화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망 속에는 올해 집행될 중국정부의 부양책이 이미 어느 정도 녹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세안국가는 경기가 당분간 현상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아시아 선진국인 일본은 둔화 지속, 가장 큰 세계경제 성장동력을 지닌 미국도 올해 2.3%에서 내년 1.9%(IMF)에서 2.2%(OECD)의 둔화세를 예상하면서 세계경제가 내년에 바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금 더 양보를 해서 전망한다손 치더라도 세계경제가 작년을 피크로 올해 본격 둔화되고 내년에는 그 둔화 내지 성장 감속추세에서 약하나마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최선의 예측이 아닐까 싶다. 즉 L자형의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수준의) 경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

둘째는 올해 경기둔화세가 가장 뚜렷한 유로존 경제가 과연 이른 시간에 돌아설 수 있을지, 또한 유럽경기의 둔화가 다른 국가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 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은 그야말로 쓸만한 정책은 모두 다 써본 경제권이다. 올 들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유럽중앙은행의 긴축은 미루어지고 있다. 금융완화정책이 계속 이어진다고는 하나 은행을 매개로 한 유럽판 양적완화가 큰 효과를 거두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이미 역사적 최저수준의 역내 실업률 달성에도 불구하고 소매매출과 산업생산이 둔화추세이고 경기선행지표가 꺾이고 있어 새로운 경기사이클의 도래는 고사하고 현재 정도의 경기를 유지하는 것조차 현실적으로 버거워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수년간 유럽 내 소비성향의 둔화와 수출의 경기기여도 상승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역내 경제의 불균형 속에 전통 소비가 경기를 더 이상 이끌지 못하고 그간 세계경기의 호조와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수출이 제 역할을 할 만큼 다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독일경기 둔화는 역내 및 대중수출 둔화가 심각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유럽경기의 급격한 둔화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잘 나가는 미국경기에도 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중국경제도 더 이상 높은 성장 어려워

셋째는 중국경기에 대해, 특히 중국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이 우세한데 과연 중국경기가 세계경기 둔화 기조 속에 자체 부양책에만 힘입어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의문이 있다.

지금 중국경제 성장둔화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성장통인지도 모른다. 중국경기 둔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성장과정에서 쌓인 과도한 기업부채와 더딘 구조조정, 그리고 전통산업의 과잉설비와 낮은 기업수익성이란 판단에서다. 중국경제 전체에서 고정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민간기업의 활력 둔화를 정부투자로 보전해 경착륙을 막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부양책이 새롭고 탄력적인 경기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내수소비의 성장기여도가 자연스럽게 좀 더 올라와주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기업의 생산위축과 비효율, 낮은 수익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대외 수출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데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타결이 중요한 변수이기는 하나 이는 중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의미로 봐야지 경기추세를 바꿀 중심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미국 경제는 평균수준으로 회귀가능성

넷째는 미국경제에 대한 평가문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장기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경제는 2019년 변곡점을 지나 2020년부터 향후 수년간 과거 평균으로 회귀가 예상된다. 즉 2020년부터 아웃풋 갭(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차이)의 하락 전환과 고용시간의 하향 안정, 기업이익/국민총생산 비중의 하락추세가 예상되는데 그 변곡점이 바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실제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미국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훌쩍 뛰어 넘는 경기확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 또한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임에는 분명하다.

앞으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역시 무모한 과열 성장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합리주의와 민주당의 견제가 트럼프의 지난친 성장욕구를 어느 정도는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리세션에 들어갈 확률이 낮은 만큼 올해와 내년 미국경기가 서프라이즈를 연출할 가능성 또한 낮아 보인다. 이러한 경기 골디락스 흐름 속에 미국경제는 다음 성장을 위한 준비와 정비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기상승과 하강 힘겨루기 중, 투자의견 ‘중립’

이러한 각국의 경제상황과 전망을 두루 고려할 때 향후 세계경제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막연하게 낙관하는 것 또한 그 근거가 약해 보인다.

경기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데 지금은 상승과 하강의 힘 겨루기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국가들은 적어도 내년까지 경기하강이 보다 유력하다는 사실이다. 당분간 세계경기가 돌아서니 마니 하는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 하든, 경기는 어느 방향으로든 흘러갈 것이다.

경기는 그래서 사실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다만 객관적인 지표들, 앞서 나열된 순환적이거나 구조적인 여러 경제이슈를 다 무시하고 세상을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시류를 쫓아가되 중심을 잡고 대중의 분위기에는 휩쓸리지는 말아야 하겠다. 중용에 나오는 화이불류(和易不流, 함께 어울리되 휩쓸려가지는 않음)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닫는 시절이다. 이것이 경기측면에서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시장에 대해 중립의견을 유지하는 이유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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