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증시 디커플링은 자본과 유동성 양극화의 결과
글로벌 유동성 혜택 선진국 기업과 가계에만 제한

차별화와 양극화를 통해 본 경기침체의 성격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등급이나 순위에 따라 구분 짓는 것을 뜻합니다. ‘양극’은 구분된 대상의 가치가 시간이 경과될수록 벌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즉 차별화는 양극화의 광의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가 자본주의를 기초로 발전하며 많은 차별이 생겨났습니다. 자본주의의 폐단을 고쳐보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써왔지만, 사회계층 간 차별과 양극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차별과 양극이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경기침체의 성격이 어떻게 다를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한미 실적차별은 자본과 유동성 양극화의 결과

2019년 1분기 한국과 미국의 실적이 흥미롭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이후 수출이 급감했고, 이를 반영하듯 상장기업의 실적도 크게 둔화되었습니다. 지난해 분기 평균 50조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올해 들어 30조원 초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약 30% 가까이 급감한 것입니다. 전체 매출의 감소폭이 1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2년 동안 호황이 유지되는 동안 증가한 비용의 부담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기업의 4월말까지 집계된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 감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 이런 결과를 보이는 것일까요? 단순히 미국경제가 나쁘지 않아서?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확인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자본과 유동성의 양극화가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유동성 혜택 선진국에 집중

지난 10년의 경기호황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은 상당기간 시중은행에 머물렀습니다. 실질경제에 공급되지 않은 것이죠. 그 결과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은 안정되었는데 경기회복은 더뎌 ‘돈맥경화’라는 말까지 만들어 졌습니다.

다행히 4~5년 전부터 고용시장이 되살아 나고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며 경기회복의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 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도 후광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유동성의 혜택을 보고 있는 실질 경제활동주체가 여전히 선진국 기업과 가계에 제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에 둔 미국 기업과 가계는 같은 경기침체 위험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고,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시환경이 악화되며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신흥국 산업과 가계는 철저히 소외되는 양극화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위계층에 대한 제한과 규제 등으로 사회적 가치와 부의 고른 분배를 얻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을 돌이켜 보면 제한과 규제가 하위계층을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역분쟁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양극화에 대비한 확고한 전략을 수립하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자 말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처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앞으로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입니다. 투자대상의 선택에 있어서 관심 분야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더욱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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