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노력이나 재능이 아니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렙의 경고 "행운에 속지 마라."

사진출처: Pixabay

이 책의 저자는 나심 탈렙(Nassim Nicholas Taleb)이다. 미국의 명문 아이비리그인 와튼스쿨(펜실베니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하지만 중동의 작은 나라 레바논에서 태어났고 박사학위는 프랑스 파리 9대학에서 금융공학으로 땄다. 증권분석가로 월가에 취직하긴 했지만 뉴욕 금융가에서 주류가 되기에는 부족한 스팩이다.

하는 일도 금융공학, 파생상품 전략인데다 사람들과 잘 사귀는 친화적인 스타일도 아니다. ‘월가의 이단아’ 나심 탈렙을 ‘떠오르는 현자’로 만든 것은 한 권의 책「블랙스완(Black Swan)」이다. 2007년에 책이 출판되고 곧이어 그의 예언처럼 전세계를 뒤흔든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사실 탈렙은 그 당시 진행되는 경제상황을 면밀히 조사한 후 금융위기를 경고한 것은 아니다. 그는 원래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희귀사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러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책을 썼는데 그의 책이 예언이 되었고 하루아침에 월가의 예언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행운에 속지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렙 지음, 이건 옮김, 중앙북스(원제: Fooled by Randomness).


당신의 성공은 행운 때문이다?

‘운’ 혹은 ‘행운’이란 얼마나 기분 좋은 단어인가. 직장에서 ‘간식내기 사리기타기 게임’에서부터 ‘경품추첨’까지 우리는 행운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행운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복권인데 1등 당첨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행운은 기다리는 손님이긴 하나 손쉽게 찾아오는 존재는 아니다.

그런데 탈렙은 성공한 사람들을 싸잡아 “거의가 행운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성공의 요인은 타고난 재능과 더불어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부유한 가정환경이라는 유리한 출발점도 성공을 도와주는 요소다. 물론 행운도 작용하긴 하겠지만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나심은 생각이 다르다. 재능이나 노력, 환경이 성공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증거는 이렇다. 우리의 생각이 옳다면 재능이 있거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모두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이들 요인은 성공의 핵심요인이 아니다.

그래서 성공의 요인이 뭐라고? 성공의 요인은 행운이다. 그것도 성공한 사람의 상당수가 그렇다는 주장이다. 황당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럼 황당한 나심 탈렙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주장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떡여 진다.

솔론의 경고(비대칭, 불균형, 귀납법)

기본적으로 인간의 인식은 불완전하다. 따라서 현상을 잘 못 인식하고 잘 못 추론한다. 그러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나쁜 결과가 일반적인데 때론 좋은 성과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그들이 똑똑한 것이 아니라 행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증권시장이다. 그리스의 정치인 이었던 솔론은 운으로 얻은 것은 운으로 잃을 수 있음을 간파하고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그런데 운 좋게 부자가 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주식시장에서 한 때 엄청난 수익과 성과를 내던 인물이 파산해 사라지는 이유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 그들 대부분의 주장은 “이번에는 다르다”였다.

“내가 알고 지낸 동료들 가운데 역사를 모욕한 사람들이 가장 처참하게 파산했다. 그런 사람 중에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현명한 결정을 하려면 정제된 생각이 필요하다. 정제된 생각이란 의미 없는 소음은 제거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생각을 말한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 소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음과 정보를 구분하자면, 소음은 언론(뉴스)에 비유할 수 있고 정보는 역사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자는 의미에 귀를 기울이고 바보는 소음만 듣는다.

타자기 치는 원숭이(생존편의, 우연의 일치, 비선형)

굉장히 많은 수의 원숭이를 타자기 앞에 앉혀 놓고 멋대로 두드리게 하면, 그 중 하나는 호메로스의 시 「일리아드」를 똑같이 찍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숭이가 다음번에 「오디세이」를 찍어낼 것이라는 내기에 평생 모은 재산을 걸 사람이 있을까?

수많은 원숭이 가운데 하나가 일리아드를 찍어낸 과거의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실적을 예측한다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과거 시계열에 의존해서 내리는 의사결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데이터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일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현실세계에서는 타자기 앞에 앉은 원숭이에 해당하는 인간의 숫자를 셀 수 없을뿐더러 아예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생존자 즉 성공한 사람들만 보게 되고 그래서 확률을 잘 못 인식하게 된다. 이른바 생존편의다.

우연의 일치도 생각보다 많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생일이 같다면 엄청난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생일이 일치할 확률은 365.25분의 1이다. 이번에는 한 방에 23명이 모여 있다고 하자. 그 중 아무나 두 사람의 생일이 일치할 확률은 얼마일까? 약 50퍼센트나 된다. 정말 그렇게 높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확률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도 필연이라고 받아들이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정도가 아니라 결함투성이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의해 생겨난 행동경제학 혹은 행태경제학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인간은 확률적 사고와 최적화된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귀를 틀어막아라(운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대부분 성공한 사람은 행운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 이 같은 탈렙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면 우리는 기우제를 지내거나 복권을 사야한다는 말인가?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다. 인간은 행운에 속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러니 성공했다고 해서 당신이 잘해서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투자의 세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라.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 행운에 속지마라.

행운에 속지 않고 운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귀를 틀어막으라고 조언한다. 다른 글에서 한 번 소개한 바 있는 사이렌(Siren) 요정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한다.

「오디세이」에서 영웅 오디세우스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암초 근처에서 전설의 요정 ‘사이렌’을 만나기 직전이다. 선원들이 사이렌의 매력적인 노래를 들으면 그 소리를 따라 바다에 뛰어들어 죽는다고 한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로부터 미리 경고를 들었으므로 책략을 세웠다. 그는 부하들의 귀를 모두 밀랍으로 틀어막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하고, 자신을 돛대에 묶었다. 일행이 사이렌 섬으로 접근하자 황홀한 노랫소리가 들렸고 오디세우스는 밧줄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부하들은 그를 더욱 단단히 묶었고 마침내 그곳을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