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에 쌓인 컨테이너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어 가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관세 인상을 예고한 데드라인 10일이 다가오면서 주가는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증시만 잘 나가고 국내증시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경기는 좋지 않고 기업실적은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기댈 곳은 미중간의 갈등이 해결되고 수출이 늘어나는 길이었는데, 트럼프는 협상 막판에 테이블을 걷어찰 기세다.

트럼프가 원흉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미중간 갈등의 원인은 트럼프 때문도 아니고 화웨이 때문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질서에서의 ‘신흥세력과 지배세력 간의 충돌’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다룬 책 「예정된 전쟁」에서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즉,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 올 때 극심한 구조적인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때 새로 부상하는 세력은 자만심에 빠지고 기존 지배세력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아테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펠로폰네스 전쟁사>에서 그리스의 두 도시국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이 같은 갈등을 서술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다음이다. 결국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전쟁을 했고 스파르타가 승리했지만 승자나 패자나 모두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버드대학에서 진행한 투키디데스 함정 프로젝트의 연구결과 지난 500년 동안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에 도전한 사례는 모두 16차례가 있었다. 이 가운데 12번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추가관세로 협박을 할는지 아니면 극적합의로 봉합을 할지는, 이는 어찌 보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두 나라 모두 파국을 원치 않으므로 미중 무역갈등은 시기의 문제이지 해결에 이를 것이다. 다만 이 해결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봉합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이 투키디데스 함정 즉, 세계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추가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이제 주식을 팔 때는 아니다. 주가하락은 이 부분까지 어느 정도 반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추가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주가는 하루 이틀 만에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역사를 보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윈스턴 처칠은 “더 길게 되돌아볼수록 더 멀리까지 내다 볼 수 있다.”고 했다. 미중간의 예정된 전쟁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예민수의 투자백책] 코너에서 다루려고 계획 중이다. 아무쪼록 투자의 지평을 넓히고 큰 그림을 그리시기 바란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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