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측은 틀리기 위해 한다지만……

대학 시절, 생산관리 시간에 ‘예측(Forecasting)’이라는 챕터를 시작하면서 교수님은 다짜고짜 “예측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하신 기억이 생생하다. 무엇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한 마디로 압축한 셈인데, 주가.환율 등 시장가격의 예측을 업(業)으로 삼아온 필자로서는 백 퍼센트 공감하는 명제이기도 하다.

2019년을 시작하기 전에 금융투자업계에서 내놓은 올 한해 금융시장 흐름에 대한 예측은 대체로 주가에 대해서는 ‘전약후강(前弱後强)’, 환율에 대해서는 ‘달러약세’로 수렴하였다. 그러나 6월로 접어드는 시점에 중간 점검을 해보자면 국내 증시는 작년 말 대비 10.3% 상승한 이후(☞ 4월 17일 장 중 고점 기준) 지수가 흘러내리기 시작해 이제는 금년이 상승 장으로 마감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

환율로 눈길을 돌리자면 달러강세의 2018년을 뒤로 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겠거니 기대하는 세력들이 많았건만 美 달러는 은근한 강세를 지속 중이고, 지난 몇 년간 지극히 안정적인 환율 흐름을 보여왔던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그 동안 강력한 저항구간으로 자리잡았던 ‘1,140~1,150원’ 구간이 돌파된 이후로 환율 급등세(☞ 원화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1997~1998년에는 1,000원에 가깝게, 그리고 2007~2009년에는 700원 가까운 환율 폭등세도 경험한 바 있는 서울 외환시장이지만 2017년 접어들면서부터 무풍지대(無風地帶)로 지내오면서 체력과 멘털이 약해진 것일까? 100원 남짓한 환율 상승세에 기업들도 딜러들도, 그리고 외환당국까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러한 장세를 예측하고 대비해 온 역내외 세력들로서는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임은 물론이다).

오늘 칼럼에서는 최근 환율급등의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환율흐름에 대한 전망을 해보고자 한다. 환율이 왜 이렇게 급하게 오르는가에 대한 분석까지는 그럭저럭 해낼 것 같지만, 앞으로 환율이 어디까지 뛸 것이며 그 이후 어찌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음을 미리 고백한다.

◆ 환율상승(원화약세)의 모멘텀 점검

지난 4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루한 박스권 등락을 벗어나지 못하던 달러/원(USD/KRW) 환율이 위쪽으로 방향을 잡는 결정적인 모멘텀이 되었다. 국가별로 GDP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같은 시기의 미국 GDP 성장률은 연율(年率)로 3.20%를 기록하고 중국은 전년동기 대비 6.40%의 성장을 기록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0.3%라는 수치를 마주해야 했다([자료 1] 참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이다 보니 최근 반도체 가격의 급락에 따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충격적인 실적 악화에서 어느 정도 성장률의 부진은 예상되었지만 막상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로까지 GDP 성장률이 추락하자 시장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본격적으로 추궁에 나선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이 역송금 수요로 연결되면서 슬금슬금 오르던 달러/원 환율은 헤지 펀드를 비롯한 역외 환투기 세력들의 집중적인 달러 매수세에 갭 업(gap-up)으로 1,150원 저항을 돌파하였다([자료 2] 참조).

4월 25일 발표된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 쇼크에 이어 5월 4일(토)과 9일(목)에는 하노이에서의 美-北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나름 계산기를 두드려 오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가 있었고(☞ 이후에도 미사일 이동식발사대나 포 전력이 이동하는가 하면 미국의 전략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에 자주 출현하는 등 이상 징후는 이어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5월 5일(日) 트럼프 대통령의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트위터 두 방으로 촉발된 美-中 무역전쟁의 격화는 순식간에 달러/원 환율의 1,200원대 진입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자료 3]에서 보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10%의 관세가 부과되어 오던 2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액 중 관세와 무관했던 남은 3,250억 달러에 대해서도 조만간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내비침으로써 전선(戰線)을 확대하였다. 그 동안 미국의 압박에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해오며 무역갈등의 봉합을 시도해오던 중국 또한 이번에는 갈수록 노골적인 미국의 ‘China bashing(중국 때리기)’에 끌려갈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국가적 차원에서의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자료 4]~[자료 5] 참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한 데에다 중국 위안화가 약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재료이다 보니 시장이 위안화를 공격하고자 할 때마다 프록시 통화(proxy currency)로 부상하는 원화의 약세도 급격해지고 있는 것이다.

(☞ 프록시 거래의 개념을 비롯해서 최근 국내외 외환시장의 동향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살피고자 한다면 유투브에서 ‘주간전망대 314회’를 검색하여 시청하시기를 권합니다.)

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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