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약세 반전을 예상할 만한 근거도 적지 않지만……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이어지고 있는 달러강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여전히 달러가 약세로 반전될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보는 세력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근거로 제시되는 내용들을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 아래 [자료 6]과 [자료 7]이다. 우선 달러가치의 절대 레벨의 문제인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 6개국 통화를 대상으로 한 달러인덱스(DXY)와는 달리 26개국 통화가치를 무역가중치를 부과하여 산출해내는 광범위(broad) 달러인덱스는 글로벌 달러약세가 시작되던 2002년 레벨에 근접한 상태다. 저 그래프를 트럼프 대통령이 본다면 당장 트위터에 “달러강세로 미국 국민들은 부(富)를 강탈당하고 있다”고 일갈할 판이다.

마킷(Markit) 종합 PMI(구매자관리지수) 추이에서는 “이제 미국의 경기가 유로존보다도 못하단 말인가?”라는 탄식을 자아낼 만하다. 전통적인 환율결정이론인 국가간 금리격차(interest differential)를 따지는 부문에서는 그 동안 美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스탠스와 ECB 및 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스탠스는 거의 상수화(常數化)되다시피 하다 보니 최근에는 국가별 경기 진단에 따라 경제상황이 좋은 나라의 통화가치가 절상되는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다 보니 바닥을 다지는 양상의 유로존 PMI 대비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의 미국 PMI는 달러가 이제 약세로 돌아설 만한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를 품게끔 한다.

유로/달러(EUR/USD) 일간차트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최근까지도 유로화가 추가로 약세로 내몰릴 만한 뉴스나 재료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막상 유로화의 하락세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다. 즉, 대다수 시장참여자들이 이미 달러강세를 예상한 유로화 매도(Everybody Euro short)로 포지션을 구축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볼 만한데, 이는 유로화가 강세로 이어질(혹은 달러가 약세로 반전될) 만한 모멘텀이 발생하는 순간 동시다발적인 유로 숏 커버링(short covering)이 촉발되면서 외환시장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접어들 수 있음을 예고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꼽을 수 있는 변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지난 5월 1일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낮은 것은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진단하면서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이나 장단기 금리 역전이나 연방기금금리를 하회하는 10년물 미국 국채수익률 등으로 연준을 압박하는 시장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역사적 고점 경신 이후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 5월 1일부터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라는 메가톤급 재료에도 생각보다 제한적인 주가 하락세를 보노라면 5월 들어 나타난 미국 증시의 하락세는 미-중 무역전쟁 이상으로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와 경기 둔화 가능성 등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차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5월 30일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기준금리와 관련해 경제상황이 약해진다면 바뀔 수 있겠지만 현재 미국 경제의 상태를 고려할 때 지금의 금리정책은 딱 맞다는 견해를 드러내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치인 2% 이하로 계속 유지되거나 글로벌 경제·금융상황이 우리의 기준전망에 비해 불리한 위험이 나타난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더하였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불만 토로와 금리를 낮추고 심지어 양적 완화(QE)를 다시 재개하라는 압박에도 잘 버텨내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10월 3일 파월 의장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라는 발언 이후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이어진 증시 폭락세에 백기를 들면서 연준의 독립성은 의심받기 시작했고 파월 의장의 맷집도 그리 대단하지 않음이 증명되었는데, 이번 클라리다 부의장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금리인상이나 금리인하 양 방향에 대해) 한동안 인내하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온 연준의 ‘인내심’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듯 하다.

◆ 그럼에도 당장 달러를 내다팔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만으로는 추가적인 달러강세, 그리고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추가적인 환율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설령 달러가 선진국 통화 대비로는 지금까지의 강세 흐름에 대한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거나 심지어 약세로 추세반전에 접어들 수 있더라도 그것이 우리 달러/원 환율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하락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자료 8]은 원화환율이 중국 위안화 환율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속성이 반영되어있고,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고자 하는 국제 환 투기 세력들은 위안화를 차입하여 팔고 달러를 사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고(중국의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훨씬 높다) 시장의 유동성도 높은 데에다 외환당국의 개입과 시장 간섭에 맞서기에도 좀 더 수월한 ‘달러매수/원화매도’로 대응하기에(☞ Proxy trading)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료 8]에는 달러/위안(USD/CNY) 환율의 최근 5년간 추이와 1980년 이후의 장기 추이도 차트로 살펴보았다. 5년간 차트는 위안화 약세도 어느 정도 고비에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고위당국자들도 이른바 ‘포치(破七: 1달러 당 7위안 환율이 돌파되는 것)’를 경계하며 강력한(?) 구두개입을 내놓고는 있지만, 위안화 환율 장기 추이는 이 레벨에서 위안화 환율이 위로든 아래로든 얼마든지 더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고 한다.

거기에다 쉽사리 봉합 내지 타결되기보다는 앞으로도 수십 년이 걸릴 조짐을 보이는 美-中 패권다툼의 전개양상에 따라서는, 그리고 이미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 오던 중국의 ‘회색 꼬뿔소’가 현실적 재앙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서울 환시에서의 달러/원 환율도 아직 고점을 확인 못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거기에다 4월은 적자가 거의 확실해 보이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經常收支) 추이도 앞으로 몇 개월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즉, 외부 요인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펀더멘털의 악화가 환율의 상승세(및 주가 하락세)로 나타나고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기술적으로도 단기적으로는 달러/원 환율이 과매수(over-bought) 상태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오랜 박스권 장세와 변동성 낮은 장세를 벗어난 이후 처음 보여준 환율의 방향성을 무시해서는 안될 듯하다.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이제는 1,170원대 초반만 가도 매수세가 강해질 수 있는 데에다 1,150원은 아주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200원 목전에서는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시장이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나 일단 1,200원이 돌파되면 그 다음으로는 기술적으로 이른바 ‘전고점’이라고 부르는 레벨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자료 9] 참조).

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