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국지전 양상으로 전개
시간에 대한 투자 '버티기 전략' 필요한 시점

美中 무역분쟁 재점화 – 전면전 보다는 국지전 양상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잠잠하다. 특히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 그렇다. 5월 4주차까지 무려 60여개에 달하는 트위터가 중국을 지칭했던 반면, 5주차 진입 이후 단 한 건의 트윗도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동 기간 화웨이 이슈를 비롯 중국 측의 강경발언은 간헐적으로 시장 경계감을 자극했다. 그러나 기 진행된 공격수위보다 더 강도 높은 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트럼프 트위터가 함구(緘口)하는 것과 그 결이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는 2020년 대선으로 이동했다. 민주당 대선 유력후보 조 바이든에 대한 공격성 트윗들이 이를 방증한다. 무역분쟁 전면화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금융시장 퇴조와 경제심리 위축에 따른 손해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위 조절의 필요성을 크게 느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조 바이든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상당 수준의 표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경제 흔들기는 더 이상 유익한 전략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때마침 S&P 500 지수는 유의미한 지지선인 200일 이평선에 위치해 있다. 전면 합의에 대한 가능성이 지연된 점은 부담이지만, 작년 경험 상 젠틀한 트럼프의 언사가 출현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미국의 협상 상대방은 여전히 대화를 시도 – 중국 및 멕시코, 협상 가능성 시사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중국 측 역시 대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을 힐난하는 보도를 송출하고 있지만, 당과 정부기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공격의 무게감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중국 상무부는 최근 무역백서 발간을 통해 중국은 대화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WSJ을 비롯한 서방 언론은 중국 측 화해의 신호로 이를 해석하고 있다. 멕시코 관세부과 이슈 또한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근거로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5% 관세를 6월 10일부터 부과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美 정부 발표 이후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6월 3일)에 두 정부는 고위급 협상 테이블을 이미 마련한 상황이다. 또한 6월 5일에는 폼페이오 美 국무장관과 멕시코 외교장관의 회담이 예정되는 등 양측의 해결 의지가 하나 둘 확인되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6월 10일 이전에 멕시코 측의 양보에 기반한 합의안이 공개될 확률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이 일군 치적으로 발표할 것이다. 6월 18일 플로리다에서 2020년 대선 출정식이 공식 예정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혼란보다 안정을 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일 것이다.

경기침체 신호 점증, Fed의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기대되는 시점

백악관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두개의 탑 역할을 담당하는 Fed 역시 태도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1분기 GDP의 2차 집계에서 확인된 PCE 물가지수는 기존 집계 1.3%에서 1.0%로 크게 하향 조정되었다. 최근 들어 다양한 물가관련 지표에서 냉기가 확인된 만큼, 현 저물가 수준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한 Fed의 입장은 궁색해진 상황이다.

특히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무역분쟁 재점화 이후 빠르게 하락하면서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은 더욱 심화 되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5%인 반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2.1%에 그치고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Fed의 즉각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을지라도,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서는 이전과 다른 행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6월 18~19일 FOMC 앞두고 美 연준위원들은 8일부터 블랙아웃(대중 커뮤니케이션 금지 시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이전에 Fed의 태도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0일 클라리다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을 경우 ‘금리인하’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더불어 6월 4~5일 양일간 진행될 시카고 통화정책 포럼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이 예정되어 있다.(제롬 파월은 이 포럼에서 경기확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평균 물가수준 목표제와 같은 보다 온건적인 정책 도입 여부가 확인된다면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이미 시장은 선제적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 중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올해 Fed의 1회 이상 금리인하 확률은 90%까지 올라왔고, 2회 이상 인상확률 또한 60%까지 상승했다. 시장에 반영된 기대만 갖고 Fed가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시장과의 거리가 멀어질 경우 정책 실기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작년 4분기 시장 급락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됐기 때문에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는 예상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FED의 선제적인 액션을 시장이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에스트로로 칭송받던 앨런 그린스펀 前 연준의장은 1995년 당시 견고한 고용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또한 아시아 외환위기와 LTCM 부도로 야기된 1998년 금융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3차례 인하를 단행한 점도 긍정적인 정책 대응으로 평가 받는다.

시장에서는 7월 31일 FOMC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50%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악관 또한 금리인하에 유무형 압력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Fed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Fed는 무역분쟁 심화 및 경기 하방압력 확대를 근거로 소위 “insurance cut” 정책을 선택할 것이다. 문제는 시기인데, 시장금리의 선제적 하락과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을 고려할 때 3분기에 의사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버티는 주식시장, 그리고 단기 과열된 국채시장

펀더멘탈 개선이 미흡한 상황이어서 지금은 지수의 지지력 테스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의 기본 시각은 일련의 악재를 주가가 상당 폭 반영했다는 것이다. 현 PBR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추가해 글로벌 국채 랠리가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과 채권의 Yield gap 이 주식에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채권은 과열됐고 주식은 소외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코스피 2000선은 역사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 가격이다. 12년 전의 2000p는 인덱스 상단에 해당하는 고평가 밸류에이션 가격인 반면, 지금의 2000p는 인덱스 하단에 해당하는 저평가 밸류에이션 가격이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모든 자산에 대한 투자를 “가격과 시간”의 함수로 본다면, 현 주가는 가격에서 충분한 점수를 받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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