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회계감독 선진화를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회계감독 선진화를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앞으로 기업들은 주요 회계이슈와 관련한 내부감사기구와 외부감사인 간 논의사항을 분·반기 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또 상장주관사의 재무제표 확인 책임이 높아지는 등 상장준비기업의 회계투명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회계법인, 학계 및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함께 회의를 열고 "사후적발·제재 중심의 회계감독 방식을 재무제표 심사 중심의 사전예방·지도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외부감사인과 내부감사기구 간 커뮤니케이션 공시가 확대한다. 이는 최근 기업현장에서 엄격해진 외부감사로 비적정 감사의견이 증가해 기업 및 이해관계자의 피해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43개사로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과 외부감사인이 중요 회계이슈에 대해 미리 의사소통을 해 해소하지 못하고 감사보고서 제출 얼마 전에 충분한 논의없이 감사의견을 변경,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불측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외부감사인의 '한정(비적정)' 의견은 박삼구 회장의 퇴진과 회사 매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감사법인인 삼일회계법인과 충당금 반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결국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겨 '한정' 의견을 받아들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은 회사의 핵심감사사항 등 주요 회계이슈 관련 내부감사기구와 외부감사인 간 논의사항을 분·반기 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외부감사인은 기업이 계속기업의 유동성 부족, 거래처 채무 등 불확실성 관련 사항을 재무제표를 통해 적절히 공시했는지에 대한 평가 결과를 분·반기 검토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앞으로 변경된 외부감사인이 전기 재무제표의 정정을 요구하는 경우 전기 외부감사인과 충분한 소통을 했는지도 집중 점검한다. 이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등으로 외부감사인 교체가 늘어날 경우 변경된 외부감사인과 전 외부감사인간 회계오류 정정에 대한 갈등이 빈번해질 것을 대비한 조치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란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 선임하면 이른바 '갑을관계'가 만들어져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도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년 상장사 220개가 주기적 지정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제정한 '전기오류수정에 관한 회계감사 실무지침'을 준수했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기업회계 감독방식을 '재무제표 심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감사보고서 감리를 통해 확인된 기업의 회계부정 혐의를 규명해 제재하는 방식으로 회계감독을 운영, 연이은 대규모 회계부정 등으로 선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선진국에 일반화된 재무제표 심사중심의 감독체계로 전환하고 감리는 중대한 회계부정에 대한 보완 차원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의 재무제표 심사 조직과 감리 조직을 분리한다. 재무제표 심사기간은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로 설정한다. 또 앞으로 경미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는 수정공시 권고를 하고 중대한 위반시에 강도 높은 감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상장사 감독주기를 감축하고 중대한 회계부정에 감리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IPO) 준비 기업에 대한 상장주관사의 책임도 확대된다. 상장주관사에는 재무제표를 포함한 발행인의 주요사항에 대한 허위기재·기재누락 적발 책임이 추가되며 위반시 과징금 한도를 현재 20억원에서 대폭 높일 예정이다. 상장준비 기업의 재무제표 적정성에 대한 확인 내역도 상장심사 신청 시 거래소에 제출하도록 했다.

거래소는 상장준비 기업이 충분한 재무정보 공시 역량을 갖추도록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회계감독기관은 재무제표 심사 비중을 현재보다 축소한다.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장 준비 기업은 금감원이 심사 업무를 수행한다. 상장 이후 실적 급락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우선적으로 재무제표 심사를 실시한다.

중소회계법인에는 외부감사인 감사품질관리 자체평가제도가 도입된다.외부감사인의 대표는 매년 감사품질관리 수준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개선계획이 포함된 결과를 감독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공인회계사가 정한 품질관리기준을 중심으로 금감원이 자체평가 기준을 마련하며 상장사 외부감사인 등록요건 유지여부에 대한 자체평가도 병행된다.

이 자체평가 결과는 감독업무에 적극 활용된다. 자체평가를 통해 스스로 개선한 경우 대표이사 감경·면책 사유로 적용하고 감리결과가 자체평가결과와 다른 경우 제재를 가중할 수 있다.

심사·감리 중인 사안과 관련한 회계기준에 대한 질의창구도 확대된다. 현재는 감리 중 쟁점이 되는 회계기준에 대한 질의 창구가 금감원으로 제한돼 있으나 회계기준원도 추가한다. 회계기준원, 회계감독기관은 매년 국제회계기준(IFRS) 질의회신 내용 및 재무제표 심사·감리 조치 결과를 사례화해 공개한다. 약 10년간 축적된 사례는 올해 말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재무제표 심사 및 회계기준 질의회신 관련 사항은 지체없이 시행하며 감독기관 내부지침은 올해 3분기 중 개정을 완료한다. 외부감사인 자체평가 기준은 내년 1분기까지 완비할 예정이다. 금융위 규정 및 거래소 규정은 오는 10월까지 개정을 완료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회계개혁의 여파로 외부감사가 엄격해지면서 기업들은 비적정의견을 받을 경우 입게 될 피해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상장사는 상장폐지를, 비상장사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감사보수 상승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도 자주 듣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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