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경기에 앞선다' 선행관계는 여전히 유효
글로벌 통화정책과 미중 무역갈등도 경기에 귀결

경기와 주가의 관계는 유효한가

경기사이클을 기준으로 자산시장을 접근하고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은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방식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처럼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시중에 유동성도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도 경기측면보다는 금융환경 쪽에 보다 촉각을 세우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경기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물론 주식을 포함한 대다수 자산가격은 단지 경기라는 한 가지 요인에만 의존해 움직이지 않았다. 가령 주가가 주로 경기가 좋을 때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가 나쁠 때도 왕왕 오른다. 이처럼 언뜻 경기와 주가가 무질서하게 제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가가 경기에 선행해 움직이기 때문에 외견상 그렇게 비춰질 뿐이다.

주가는 여전히 경기에 선행

실제로 대부분 국가의 주식가격은 경기선행지수마저 소폭 앞질러 변동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심지어 증시의 큰 변곡점에서는 간혹 주식시장 자체가 전체 실물경기를 쥐락펴락하는 사례도 과거 몇 차례 있었다. 또한 최근 세간에 관심인 금리정책이나 무역분쟁과 같은 각종 이벤트들도 따지고 보면 다 경기흐름으로 귀결되는 변수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장기간 경기사이클과 주가는 밀접한 흐름을 보여왔고 채권시장(금리)이나 원자재시장 또한 경기흐름이라는 핵심 펀더멘털을 완전히 피해가지 못했다. 통화정책(금리조정)이나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들도 각 시절마다 자산시장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쳤지만 이들 정책변수들도 결국 경기라는 경로를 통해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친 변수였을 뿐이다.

통화정책도 경기에 의해 좌우

특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은 분명하나 보다 엄밀히 말하면 금리변동이 경기를 통해 주가에 투영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즉 대부분 국가의 경우 증시호황 국면은 주로 금리가 오르는 국면과 일치했다. 금리를 올리고 시장금리도 올랐지만 그런 긴축적인 금융환경이 경기확장이라는 보다 상위의 호재를 막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고 시장금리가 떨어질 때 간혹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수 분기 후에 나타날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를 주가가 앞서 반영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정작 경기회복이 뒤따르지 못한 경우는 금리인하로 인한 주가상승은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경우가 보다 많았다. 그러니 장기적으로는 금리를 내리는 행위자체가 증시에 호재로 작용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자산시장에서 언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경기사이클’이라고 답하고 싶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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