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디커플링 현상 심화

2019년 상반기 주식시장이 마무리되고 하반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지난 연말의 폭락 상황을 기억한다면 지금 시장상황이 그리 나쁘지 많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투자자는 마음 한 켠에 찜찜한 마음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왜 우리 주식시장만 이 모양인가 하고 말이죠.

지난해까지 세계 주식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무역분쟁의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하루 하루가 고통스러웠고, 아침이면 빨리 시장이 마감되기를 바라기까지 했으니깐요.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서 거짓말처럼 악재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금리인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더 나아가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다 보니 가까운 미래에 금리인하로 선회될 것이란 기대가 생겼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악재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증시는 랠리를 보였습니다. 또한 금리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채권 금리가 하락, 즉 채권 가격의 상승으로 채권시장의 랠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내증시 저평가 원인은 무엇일까?

이런 환경 속에 국내증시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 우리 코스피(KOSPI)는 이런 것일까요? 무역분쟁 때문에? 수출이 감소해서?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악재는 우리에게만 악재인 것이 없습니다. 한국 증시의 부진은 실적 부진의 영향과 주식시장이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기업실적 회복이 첫 번째 과제

첫째 실적부진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 2년간 상장기업의 실적은 대단했습니다. 대부분 반도체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지난 10년 사이 150조 원을 밑돌던 영업이익이 2년 동안 평균 190조 원 규모로 레벨업(level up)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니 우리 주식시장에 대해 너무 저평가 되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1분기 실적을 보고 나니 전문가들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예상했던 이익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다 보니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주가수익비율의 역수로 산출되는데 PER이 상승해 기대수익률이 하락한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연초 이후 양국 시장금리는 동일하게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은 하락하지 않아 주식시장 저평가가 개선되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미국 주요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금리하락에서 시작된 밸류에이션 회복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금리가 내렸지만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더 크게 하락해 절대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연말보다 주식을 싸다고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아주 작더라도 상장기업의 실적 감소가 멈추는 경직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 이후로는 한국증시가 역동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비스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 필요

한국증시가 외면 당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지수를 구성하는 산업과 종목의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가장 가깝게 위치한 중진국입니다. 이미 사회시스템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할 정도로 성숙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도 그럴까요? 사회와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주식시장의 구성도 달라져야 합니다.

경제성장모형을 산업분류의 형태로 보면 선진국에 가까워 질수록 1차 산업(농업, 임업 등)과 2차 산업(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3차 산업(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한국경제에서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이미 60%가 넘을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업의 영역은 다양해져 유통 서비스, 생산자 서비스, 사회 서비스, 개인 서비스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경제를 잘 반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증시의 안을 들여다 보면 어떨까요?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한국의 KTOP-30 구성종목과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의 구성종목의 산업별 분류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KTOP-30 구성 종목에는 전통 제조업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무려 75%나 됩니다. 그리고 서비스업에 해당되는 산업이 25%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전통 제조업의 비중이 25%에 불과하고 IT서비스, 의료, 유통, 레저, 금융 등 3차 산업의 비중이 75%를 차지해 미국 경제의 본질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다우지수도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90년대까지 델 컴퓨터, HP, GM 등 전통 제조기업의 비중이 컸지만 이들은 이미 역사 속에 살아졌습니다. 이쯤이면 필자의 생각을 같이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국증시가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성장동력 확보 등 선결 조건이 많지만 우리가 가진 것을 다시 살펴보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경제가 정착되는 지금의 환경 속에 서비스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키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을 했습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어렵지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겠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전통 제조산업이 서비스 산업화 되는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기업 곳간에 쌓여 있는 현금이 투자되지 못하는 것은 성장이 멈춘 제조산업의 미래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3차 산업과 코드를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경우 우리 주식시장의 활력도 되살아 날 것입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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