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치(破七): 7위안 돌파’ 과정의 복기(復碁)

지난 8월 5일(月)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위안(USD/CNY) 환율이 기어이 1달러 당 7위안을 돌파하였다. 그리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세로 치달았으며, 그 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56%와 -7.46%의 낙폭을 기록하는 급락세를 연출, 국내 언론에서는 일제히 증시 마감 시황을 전하면서 또 한 차례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는 용어를 동원하여야만 했다.

2016년 말부터 시장의 관심사이자 우려 사항이었던 이른바 ‘포치(破七)’가 현실화된 셈이고, 그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USD/KRW) 환율 또한 마침내 1,200원을 올라서며 전일 대비 17원 30전 급등한 1,215.30원으로 마감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다음날 미국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하에’ 중국을 환율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하였다.

이쯤에서 달러/위안 환율의 7위안 돌파 및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과정을 복기해보는 것은 최근 상관관계가 0.8에 이르는 위안화와 우리 원화의 향후 환율 전망에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을 듯하다.

비록 기준금리를 ‘연 2,25~2.50%’에서 ‘연 2.00~2.25%’로 25bp 인하하였지만 지난 7월 말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10년 7개월 만의 금리인하가 추세적 금리인하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침체에 대비한 ‘보험성 인하’임을 극구 강조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주가 하락 & 달러강세). 그러나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던 3천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9월 1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임을 트위터를 통해 밝히면서 달러인덱스는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자료 1] 참조).

그러나 명목상으로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 인민은행이 8월 5일(월) 위안화 고시환율을 달러시세의 변동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리고 시장의 예상치와도 동떨어지게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켜 발표함으로써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위안화 약세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중국 당국의 의중을 간파한 시장의 7위안 돌파 시도를 중국은 용인하는 분위기였고, 이것이 미국의 ‘느닷없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7위안을 훌쩍 올라선 다음날의 고시환율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는데, 인민은행은 시장 환율에 한참 못 미치는 7위안 아래 숫자를 고시하며 한 발 슬쩍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틀 후에는 고시환율에서마저 ‘포치’를 허용하면서 美-中 무역전쟁 과정에서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그리고 자신들은 관세 효과를 희석시키기 위해 환율을 무기화 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였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 및 연준 이사를 역임한 바 있는 사라 블룸 라스킨의 지적은 이번 7위안 돌파 과정에서 어지간한 시장 참여자들이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와 시사점을 압축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자료 3] 참조).

◆ 쉽게 빠질 환율이 아니다.

[자료 4]의 달러/원 환율 일간차트를 보자면 1,220원 근처에서 서울 외환시장은 또 한 차례 고비를 맞고 있다. 참으로 지루했던 ‘1,110~1,145원’ 박스권 공방을 갭 업(gap-up)으로 돌파했던 지난 4월 25일 이후 달러/원 환율은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및 오사카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갈등의 완화 기대감 등이 어우러지면서 그 갭을 채운 뒤 다시 이어지는 이런 저런 악재 끝에 1,200원이라는 크리티컬 레벨도 결국 달러/위안 환율의 7위안 돌파라는 ‘사건’을 모멘텀 삼아 ‘갭 업’으로 돌파하고 말았다.

그러나 일간차트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부담감이 은근한 압박으로 다가오는 데에다 중국의 예상외로 강력한 저항에 트럼프 대통령이 3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하는 등 국제정세가 언제 어떤 식으로 돌변할지, 그에 따라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시세도 어디로 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보니 1,223원 근처에서 두 차례나 막힌 달러/원 환율의 향후 전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지고 살필 것이 많은 데에다 반드시 논리적, 상식적으로 흘러가지만 않는 것도 시장흐름이긴 하지만 논리 전개를 단순화 해본다면…… 최근 달러/원 환율은 위안화 환율의 흐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의 흐름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먼저 위안화 환율에 대해 살펴보자면, 최근 7위안 돌파 무렵만큼 급격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위안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자료 5] 참조). 만약 국제 환투기 세력들이 7위안을 건드리는 것만을 타겟으로 삼아 지금까지 공세를 펼쳐왔더라면 환율조작국 지정 이후 차익실현 성격의 포지션 청산이 활발했을 것이다(☞ 달러/원 환율에서도 1,200원이 투기적 달러 매수세력의 목표 레벨이었더라면 찍고 금방 돌아서는 환율이어야 했다).

그러나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보니 중국도 딱히 이 시점에 위안화의 점진적 약세를 막아 설 의사가 없는 데에다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 등에 잠복해 있는 위험 요인을 감안할 때 위안화 약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리고 상당한 폭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증시에 대한 전망은 아래 [자료 6~7]과 [자료 8]로 대신하고자 한다. 뉴욕증시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의 상승 랠리가 아무래도 과도해 보이는 가운데 과거 증시가 크게 부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관찰되었던 ‘메가폰 탑(megaphone top)’ 패턴과 기술적 보조지표에서의 ‘매도 다이버전스(bearish divergence)’가 신경 쓰인다.

국내 증시도 기업실적의 둔화와 더불어 국내외 변수들이 시장에 우호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데에다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바닥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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