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두 번째 냉전의 초입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니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미중 합의의 규모와 범위, 중요성을 고려해 본다면 지난 18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구 소련과의 대립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 십 년이 걸렸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미중 무역분쟁은 G2의 ‘패권 전쟁’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다음 달 초 워싱턴에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교착상태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완전한 타결은 아니어도 이른바 ‘스몰딜’ 정도의 성과를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미중간의 격돌이 이제 장기전의 초입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니얼 퍼거슨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에 빗대어 ‘제2의 냉전의 서막’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전까지 무역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의 통제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분쟁의 큰 흐름을 돌려세우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중간의 이번 분쟁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해 봄 무역분쟁이 시작됐을 때부터 예견되어 온 일이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을 통해 미중간의 격돌이 세계 강대국 간의 ‘패권전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장기전에 대비하라

백악관의 강경론자들이 중국과 쉽사리 합의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중국을 ‘완벽하게 굴복’시키려고 하는 의중은 알 만 한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그런 ‘의도’를 밝혔다. 그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 분쟁은 앞으로 50년 또는 100년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전경련이 개최한 '미중 패권전쟁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국내 경제학자와 연구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이 급하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은 내년 미국 대선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분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이해하라’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장기화 된다는 점이 호재일 수 없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수출중심의 한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것이지 ‘위험’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무역분쟁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수밖에 없는 세계경제의 ‘상수’가 된다면 경제와 시장은 그에 적응해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소 간에 군비경쟁을 통한 냉전이 있었지만 그 기간에도 경제는 확장과 침체를 반복하며 성장했다. 미.소 간의 갈등이 심화될 때는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은 경기와 기업이익 등 펀더멘털에 따라 주가는 움직였다.

아직은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뉴스에 따라 주가는 일희일비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상수’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악재로서의 위력은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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