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인터넷 서점으로 30세에 사업 시작

세상의 모든 것을 팔며(the everything store), 전 세계의 ‘지식의 강(江)’으로 명명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인터넷 시대의 상징적인 전설인 그는 1999년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뉴 페이스로 등장하면서 거대한 아마존 제국의 위상을 굳힌다. 그때 타임지는 ‘사이버 상거래의 왕’이라 대서특필 하며 ‘올 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 이후 ‘제2의 잡스’ 1순위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그의 존재감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IT업계의 큰 별들과는 달리 그는 서른 살에 늦깎이 사업가로 출발하여 2012년 세계 28위 갑부(184억 달러)의 자리에 올랐다. ‘부자 유전자’는 과학신동이라 불리며 더 일찍, 더 독하게 발현되기 시작 한다. 과학 영재 학교인 마이애미 팔메토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한 후 프린스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또 다시 수석 졸업의 영예를 차지한다.

당연히 인텔 등과 같은 초일류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으나 거절하고 벤처 기업인 ‘피텔’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안정’이 아닌 ‘성장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후 월가에서 주식거래 네트워크 구축 담당으로 일하다 서른 살에 투자회사 디이쇼(D.E.Shaw)의 펀드 매니저이자 최연소 부사장(연봉 100만 달러)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1994년 성공 보증 수표이던 월가를 미련 없이 떠난다. “인터넷 이용자가 매년 23배씩 급증한다.”는 기사 한 줄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탓이다. 1995년 “인터넷으로 책을 팝니다.”라며 창업 신화가 막을 올린다. 서적 유통업체 잉그램(ingram)이 위치한 시애틀에서 집 차고에 간판을 건다.

회사이름을 ‘아마존’이라 한 것은 아마존 강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강보다 무려 열 배나 크다는 점에 착안 하여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기업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에는 책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벨’을 울려 10여명의 직원들의 사기를 키우면서 어려움을 이겨 나간다. 불과 1년 만인 1996년 월스트리트 저널 1면 특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사업은 순항한다. 그러나 뜨거운 인기 속에서도 6년 연속 적자에 허덕인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훗날의 성장’을 택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전 범위로 사업 확대

사업의 범위는 CD, DVD, 소프트웨어, 장난감에 이르기 까지 확대해 나간다. 그러다 2000년 IT 버블 붕괴로 주가가 100달러에서 6달러까지 급전직하 하는 위기를 맞는다. 무리한 사업 확장을 이유로 들며 낄낄대는 미치광이라는 조롱을 받기 까지 한다.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2001년 4분기에 509만 달러 흑자를 달성하면서 자신의 사업 모델이 옳음을 증명 한다. 창립 10주년에는 연 매출 70억 달러로 세계 전자 상거래 1위 자리에 등극하고야 만다.

포춘지는 “한 번도 혁신을 멈춘 적이 없는 미래 지향형 기업인”이라며 2010년 IT분야 최고의 경영자 2위에 선정 한다. 이에 안주 하지 않고 전자책 ‘킨들’로 애플의 ‘아이패드’에 도전장을 냈으나 패배 한다. 2011년 11월 아이패드의 반값에 ‘킨들 파이어’를 출시하자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재도전은 성공한다. ‘선(先)보급, 후(後)수익’이란 전략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 즉 싼 가격으로 다량 판매한 뒤 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내는 이른바 ‘애플형 수익구조’로 대중성을 더 중요시 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여전히 스타트업을 꿈꾸는 거대 기업

60여 만 명이 일하는 아마존은 여전히 스타트업인 거의 유일한 회사라는 점에 주목하자.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서 ‘고객 중심’을 넘어 ‘고객 집착’으로 나아가며 혁신의 속도감을 유지하자는 전략이다. 혁신의 키워드는 ‘거꾸로 일하기(Working Backward)'로 요약 된다. 즉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업무와 분야에서 고객으로 부터 시작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업 처음 단계로 돌아가 다시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꿈 ‘우주 비행’을 위해 2000년 민간우주여행업체 ‘블루 오리진’을 설립하고 서부 텍사스에 우주 기지까지 건설 한다. “우주에 호텔과 놀이 공원을 짓고 싶다.”는 다섯 살 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2013년에는 휘청거리던 ‘워싱턴 포스트’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한다.

그는 너털웃음이나 유쾌한 대중적 이미지와는 달리 까다로운 상사이며 실제로 무섭게 폭발할 수 있다는 증언이 많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산업에 도전하는 ‘배짱’과 체스의 고수처럼 경쟁적인 환경을 꿰뚫는 눈의 소유자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회사를 선전하고 다닌다. “다양한 사업 전반과 전 세계에 걸쳐 고객 중심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며 필요하다면 적자도 감수 하는 아마존의 공격적인 행보는 전 세계인이 고객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곽형두 머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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