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cnbc 화면 캡처)
짐 로저스(cnbc 화면 캡처)

◇세계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

(Street Smarts: Adventure on the Road and in the Markets)

-짐 로저스 지음, 이건 옮김, 이레미디어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짐 로저스(Jim Rogers)다. 그와 관련해 생각나는 사실들을 몇 가지 간추려 보자. 먼저 그는 월가의 성공한 투자자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운용해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인물이다. 1973년 시작한 퀀텀펀드는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은 47% 상승했다.

로저스는 호기심이 많은 모험적인 투자자이기도 하다. 퀀텀펀드를 통해 부자가 된 로저스는 37세에 은퇴한 후 오토바이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한 후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라는 책에 기록을 남겼다. 이후 자동차로 두 번 더 세계여행을 했고 ‘국제 금융시장의 인디아나 존스’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주식뿐 아니라 상품시장에 관심이 많고 실제 투자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저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로저스 국제상품지수(RICI)'를 개발하기도 했으며, 상품시장 전망에 대해 지금도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우리에게 친밀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북한을 유망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미국의 시대가 이미 저물고 있으며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믿는 투자자다. 그래서 자신의 집을 싱가포르로 옮겼고 자녀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우리가 생각하는 ‘메가트렌드’를 책 속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책의 원제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제목은 Street Smarts: Adventure on the Road and in the Markets(짐 로저스가 거리에서 얻은 통찰력)이다.

그러나 제목 때문에 속았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모험적이고 독창적이며 행동하는 투자자 짐 로저스의 인생과 투자이야기를 듣다 보면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세상을 읽어라

로저스는 세계에서 진행되는 역사적인 변화를 실감하고 2007년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이사했다. 세계를 선도하던 미국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아시아가 대신하는 극적인 지형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19세기 초라면 똑똑한 사람은 런던으로 이주할 것이다. 20세기 초라면 똑똑한 사람은 뉴욕으로 이주할 것이다. 21세기 초라면 이들은 아시아로 거처를 옮길 것이다.”

왜 미국은 쇠락하는가?

그렇다면 미국은 왜 힘이 약해지고 아시아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1945년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되었다. 그러나 겨우 3세대 만에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되었고 파산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오늘날 미국은 엄청난 부채에 직면하고 있으나 이에 대처할 저축이 없다.

현명하게 투자하거나 다른 자산을 보유하기만 한다면 차입은 문제될 것이 없다. 세계대전 전에 미국은 차입국 이었지만 이 돈을 운하, 공장, 철도 등에 투입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차입한 돈을 군사장비에 쓰고 있으며 이들은 햇볕 속에서 녹슬고 있다. 또한 차입자금을 이전지출에 쓰고 있다. 이전지출을 받는 사람들은 행복하겠지만 이런 지출은 미래 생산성을 높여주지 못한다.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

밀레니엄 모험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그는 중국이 차기 패권국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나라들이 항상 그랬듯이 중국도 수많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할 때도 그랬다. 커다란 퇴보, 장기 내전, 여러 번의 불황, 인권탄압, 법집행 중단, 대량학살, 정치부패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퇴보할 때가 올 것이지만 세계중심국가로 떠오르는 궤도는 명확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국들은 아시아에 있다. 자산도 아시아에 있다. 중국, 일본, 타이완, 한국, 싱가포르, 홍콩이야말로 역동성과 활력이 넘치는 곳이다.”

보호무역주의의 장막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후 세상을 향해 점차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조지 부시는 '애국법(The Patriot Act)'을 만들어 국민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도 영장 없는 도청, 부당한 수색과 압수, 무기한 구금, 합법적 고문이 가능한 나라다.

2013년 1월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법'이 발효됐다. 외국의 은행들에게 보고의무가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외국에서 은행계좌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됐다. 이법은 외국 은행들의 업무를 간접적으로 제한해 사실상 자유경쟁의 제한으로 볼 수 있다.

2005년 미국 하원은 중국해양석유총공사의 유니온오일 인수를 막았다. 2006년에 의회의 압박으로 두바이포트월드는 미국 항만에서 새로 인수한 터미널 사업을 미국거대보험사인 AIG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는 분위기다. 대공황 때도 그랬다.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이후 미국 무역 상대국들이 부과한 보복관세가 경기침체를 대공황으로 키워버렸다. 아직 무역 전쟁이 전면적으로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한걸음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로저스가 이 책을 출판한 것이 2013년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중무역전쟁과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 물결을 보면 로저스의 예측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미얀마와 북한’이 최고의 투자대상

1962년에 미얀마(1989년 이전 버마)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네 윈(Ne Win)이 집권하여 군정을 시작하고 소련식 경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버마식 사회주의’가 펼쳐지면서 미얀마는 외부세계와 차단됐다. 그 결과 미얀마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현재 미얀마의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상태다. 그래서 로저스는 최고의 투자 기회가 이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얀마에는 6,000만 명의 인구와 엄청난 천연자원, 교육수준이 높고 잘 훈련된 노동자들이 있어서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불확실성은 있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음이 분명하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북한의 군부 베이징, 상하이, 모스크바 등 주변 공산국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고 있고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스위스 사립학교에서 공부했다. 이들은 외부세계를 맛보았으므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로저스는 북한이 곧 개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는 증권시장에 투자하지만 북한에는 증권시장이 없으므로 기업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개방에서 이득을 얻는 중국 기업이나 아시아 기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북한과 미얀마에 투자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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