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발 ‘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이 지난 2003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와 같이 확산될 경우 중국 내수시장 및 전산업이 타격을 입고 장기적으로 국내와 세계 경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2~2003년 사스 여파로 전세계 8000여명이 감염되고 774명이 사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7일 0시 현재 전국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에서 2천744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망자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20명 이상 늘어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바이러스를 빠르게 통제하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중기적으로 중국내 전산업이 타격을 입게 되며, 장기적으로는 세계 무역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무색한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면서 "경제활동 감소가 막대한 부채를 진 기업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3년만해도 중국 경제가 고공성장을 거듭하던 때라 사스 여파 후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자칫 중국이 선진국으로 한단계 나아갈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 설연휴)에 확산되면서 중국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이 당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춘제기간 소매상들과 음식점들은 1조 위안(14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관광 수입은 5139억위안(750억달러)을 기록했다. 업계는 당장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중국이 3개월안에 바이러스를 통제한다면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 9개월간 지속된다면 1.9%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다. 우한 폐렴 역시 사스처럼 전염성이 강해 인구 이동과 경제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제항공협회(IATA)는 2006년 5월 경제 브리핑에서 사스 때문에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지난 사스로 세계경제가 입은 타격이 400억달러(약 47조원)이라는 분석결과도 있고, 캐피탈이코노믹스는 2003년 2분기 세계경제가 1%포인트 가량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최근 한한령 완화 분위기가 조성돼 내수 경제 활성화 기대가 컸던 상황이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기간 방한하는 유커 규모가 줄면서 소매판매를 비롯해 여행·관광·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53만9400여명이였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스로 인해 2003년 51만2700여명으로 줄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규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 영향으로 2003년 5월 수출증가율(3,5%)이 위축되면서 우리나라 2분기 GDP 성장률이 1%p(연간성장률0.25%p) 내외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민간 소비와 투자, 수출 등 주요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악화된다면 올해 2.4%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고 경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설 연휴 직후인 2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연휴 중 시장 상황 변화를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지금까지 3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확진자를 제외한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48명이며 이 중 47명은 음성으로 격리가 해제됐고 1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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